인생은 실전(實戰)이다. 우리는 삶에 필요한 정보, 교훈, 지혜를 책이나 다른 매개체, 또는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살지만,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한 정보는 인생의 실전을 통한 여과 과정을 통해서만 본인에게 적용된다. 이것은 마치 뜨거운 열대지방 사람에게 하얀 눈을 설명하면 지식으로는 이해될지 모르나, 그 차디차고 아름다운, 온 대지를 순백으로 뒤덮는 그 깨끗함과 찬란함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3년 전 이맘때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들을, 막내로 늦게 태어나 온상에서 자란 화초처럼 세상의 폭풍을 모르는 그 아이를 먼 타 주의 어둑어둑한 기숙사에 내려놓고, 우리 부부는 가슴으로 울며 어려운 발길을 돌렸다. 워낙 추운 곳이라 늘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였고, 예민한 아이가 낯선 곳에서 잘 지내는지 자나 깨나 가슴조리며 기도했는데, 일 학년을 마치고 우리의 소원대로 메릴랜드 주립대학으로 이적했다.
우리 곁에 있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해 우리 부부는 참 감사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2학년을 마치고는 부모와 상의도 없이 휴학을 했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데 전공에 대한 확신과 인생의 확실한 비전이나 동기부여가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조금 당황했지만, 한편 생각하니 인생여정에 일 년쯤 늦은 졸업이 큰 문제가 아니며(특히 취업 사정이 나쁜 이때에), 차분히 장래를 계획하며 가능하면 해외 여행이나 열악한 나라에 가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인생의 실전 경험을 쌓고, 견문과 폭을 넓히는 것도 오히려 바람직한 값진 것이기에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을 외부 접촉을 끊고 주로 혼자서만 시간을 보내며 부모와의 대화조차도 회피하는 것을 보며, 혹시 어떤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아픔으로 씨름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로써 무언가 도와주긴 해야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현실에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다만 하나님 앞에 바짝 낮아져서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이 아이가 두 달 전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루에 열 시간씩 주 엿새를 뜨거운 날씨에 하루 종일 육체적 노동을 하는 힘든 일이다. 워낙 힘든 일이기에 며칠 후에는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예상했는데 계속 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도 모르는 강인함이 조용하고 연약해 보이던 그 아이에게 있음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아이는 힘든 육체노동을 하며 인생의 많은 경험을 하는 눈치다. 최저 임금을 받고 주인에게 수시로 모욕을 당하며 힘들게 일하는 히스패닉 사람들을 참 안됐어 한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자기가 받는 팁을 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며, 점심을 싸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엄마가 충분히 싸준 샌드위치를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 사업체의 주인은 돈밖에 모르며, 종업원들을 사람취급하지 않고 너무 심하게 다룬다고 분노하며, 더러운 인간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 아이의 분노가 이해는 되지만, 확실한 판단의식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나, 우리 모두는 부족한 사람이므로 남을 함부로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 아들은 힘든 노동을 통해 인생살이의 어둡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조금씩 경험하며, 인간이 자기 배만 채우고 약자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공허한 껍데기 같은 삶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것 같다.
나의 인생 경험을 통해 늘 강조한 교훈, 나의 존재가 주위사람에게 의미를 주며 행복을 더 할 때에 본인도 행복해진다는 것, 성경의 말씀처럼 서로 짐을 나누어지며 희생의 헌신을 통해서만 의미 있는 인생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아들이 인생의 실전을 통해 더욱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무엇을 하며 사는가 보다는,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힘든 노동을 통해 깨달은 것이 많은지, 새 학기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부족한 부모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 진정 감사할 따름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