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밤에
바이올렛 한
영국의 영문학자 잭 루이스의 자전적 사랑이야기를 다룬 섀도우랜드라는 영화가 있다.
루이스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였고, 제1차 세계대전때 전방에서 싸웠으며, 아버지의 임종과 절친한 친구 챨스 윌리암의 갑작스런 죽음도 경험하였다.
11세때 맞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은 루이스는 하나님의 기적을 바라고 기도했지만 결국 어머니는 돌아 가셨고 그 후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로 58세에 16세 연하의 미국인 조이를 사랑하기까지 독신 생활을 했다.
활달하고 아름다운 미국인 이혼녀 조이가 루이스의 강연을 듣기위해 그를 찾으며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러나 조이는 골수암이라는 병으로 남은 생명이 4년이라는 비극적인 선고를 받는다.
뒤늦게 얻은 사랑하는 여인이 머리를 싸매고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신음할때 그가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참담한 고뇌에 차서 신부를 찾아갔을때 신부가 그를 위로한다.
“하나님이 당신의 기도를 듣고 그녀를 치유할겁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잭이 대답한다.
“하나님의 뜻은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그 뜻을 바꾸고자 함이 아니라 기도외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죽음을 앞둔 어느날 조이의 소원대로 그들은 Golden Valley 일명 Shadowland 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황금빛 골짜기 앞에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그들이 시냇물 가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이를 피해 한 작은 오두막에 몸을 숨겨 앉아있을 때 잭(루이스)이 행복에 겨워 말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아. 그냥 이대로가 좋아. 다음 골목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
“잭, 이 비가 그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이제 난 곧 죽을거예요.”
“괜찮소. 나는 그것을 견뎌 낼 수 있소.”
“잭, 그때 당신이 겪게 될 고통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한 부분이예요. 그것이 인생이예요.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가질수는 없어요.”
얼마 후 조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어느 날 조이의 어린 아들 더글라스와 함께 섀도우랜드 언덕을 내려가며 말한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은 그때 내가 누렸던 행복의 일부분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가질 수는 없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이 날줄과 씨줄로 짜여있다. 루이스는 신의 영역은 우리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우리의 고통은 그 경험을 통하여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전적으로 신에게 항복하기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한 여름의 열정을 삭이며 소멸을 준비하는 침묵의 계절이다.
열정을 거친 침묵이 더욱 깊다. 우리 인생엔 그 어느 한가지만 가질수 없다. 나목을 준비하는 가을의 낙엽은 쓸쓸하다. 낙엽과 함께 걷노라면 낙엽이 속삭인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라.
가을 냇물 가에 희부연한 호롱불 밝혀놓고 게를 잡는 가을 소년의 모습을 전해 준 친구가 고맙다.
쭈그려 앉아있는 소년의 머리위로 별빛이 흐르겠지. 별은 어두운 밤이 있어 더욱 빛난다는 우주의 내밀한 소리가 들린다.
때로 명멸하는 별빛을 마주하면 별이 내가되고 내가 별이 되어 온 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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