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교얄개
제이크 공
얄개가 유명하게 된 것은 1950년대 <학원>이라는 학생 잡지에 연재되었던 소설가 조흔파가 쓴 “얄개전” 시리즈 때문입니다. 얄개는 야살이, 야살쟁이라는 서울 말인데 “ 좀 괴상하고 얄궂은 짓이나 행동” 을 말합니다. 얄개전의 주인공 별명이 바로 <얄개>였지요. 조흔파 선생의 베스트셀러인 ‘얄개전’을 원작으로 한 고교얄개…
이 영화는 1970년대 대한민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고교생 씨리즈의 원조격 영화입니다. 당시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이승현, 진유영, 강주희, 김정훈 등은 오늘날 10대들이 인기가수나 탤런트에 열광하듯이 당시 10대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고교얄개의 석래명 감독은 청춘영화, 특히 얄개 시리즈로 70년대 후반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얄개소년 나두수의 좌충우돌 학창생활. 그리고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이 영화는 십대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이며 하이틴 영화의 대명사가 됩니다. 이 영화는 1976년 개봉 당시 무려 25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그 후에 얄개류의 고교 시리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지요. 엄격한 검열 때문에 영화의 소재에 제한이 많았던 1970년대, 건전한 코미디로 무장한 고교 시리즈는 검열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장르였습니다. 거기다 큰 제작비 없이도 흥행에 성공했던 이 영화들은 10대 관객의 존재를 증명하며 침체되었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렇듯 70년대 하이틴 영화의 붐은 고등학교 학생들의 삶과 존재를 대중문화의 영역 속에서 공식적으로 확인 할 수 있었던 하나의 문화 형상 이었습니다.
수많은 시리즈 물과 아류 작들을 반복하며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츰 자취를 감추고만 하이틴 영화들… 우리는 이 영화들을 통해 대의 흔적을 확인합니다.
주연을 맡은 이승현씨는 ‘고교 얄개’ ‘얄개행진곡’ ‘대학얄개’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1970년대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등극했고, 김정훈과 진유영, 손창호씨 등도 얄개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으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보낸 환호와 주위에서 비춰준 후광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요? 얄개시대 주역들의 ‘그 후’는 그다지 화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이승현씨는 1986년 캐나다로 이민가면서 연예계를 떠났고 15년간 험난한 외국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승현씨는 연예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세상은 변해 있었습니다. 작년에서야 겨우 그는 뮤지컬 얄개시대에 출연하며 다시 한번 배우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꼬마신랑’이라는 별칭으로 사랑을 받았던 김정훈씨는 성인 연기자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작품이 실패했습니다. 30대 중반 대만에 유학을 다녀온 뒤 연극계에서 연출 기획자로도 일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현재는 연예계에서 발을 끊고 광고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얄개시대’에서 과격한 얄개로 주목을 받았던 진유영씨는 87년 뉴버드 프로덕션을 설립한 후 영화 ‘지금은 양지’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변신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영화에 간간이 출연, 조연으로서 활동을 펼쳐왔었습니다. 현재 미사리에서 운영 중이던 카페를 접고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 손창호씨는 90년 감독과 주연에 시나리오까지 맡아 제작한 ‘동경아리랑’이 흥행에 실패한 뒤 건강이 악화돼 당뇨병과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수년간 병원 신세를 지다 지난 98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얄개시대’ 주요 멤버들은 아니지만, 함께 그 시대를 장식했던 이덕화,전영록,임예진,김보연씨등이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스타’라는 꼬리표가 남긴 어두운 단면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당시엔 힘들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고교시절, 그때의 추억… 우리 모두가 겪었던 10대라는 이름의 공감대… 오늘 이 영화, 고교얄개를 통해 그때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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