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씨의 ‘살풀이 춤’. 재즈와의 만남 시간도
뉴욕에서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해온 백기숙(사진)의 가야금 발표회 ‘가야금과 함께-지란지교를 꿈꾸며’가 한국전통예술협회 주관으로 27일 오후 8시 플러싱 타운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는 뉴욕에서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본격적인 가야금 독주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연주자의 20년 가야금 인생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백씨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관객들이 가야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공연을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 레퍼토리도 세심하게 배치했다. 첫 곡은 전통 기악 연주의 진수인 산조로 시작한다. 가야금 명인인 부친 백인영 선생의 ‘유대봉류 가야금 산조’를 통해 가야금의 섬세하고도 다이내믹한 선율을 펼쳐낸다. 재즈 베이스, 피아노와 함께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전통음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기 위해 백씨는 그동안 뉴욕재즈와의 만남 등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보사노바풍으로 편곡한 정악 ‘천년
만세’, ‘팔도 민요연곡’, 18현 독주곡 ‘파랑새’ 등이 선보이고 박수연씨의 ‘살풀이춤’이 특별초청연주로 무대에 오른다. 백지숙씨는 “가야금 연주를 한 시간 이상 집중해서 본 경험이 있는 관객들은 사실 거의 없을 것이다”며 “ 관객들이 지루함 없이 연주에 빨려들게 하는 것은 결국 연주자의 역량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실 그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연주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명인의 딸로 태어난 백씨는 3살때부터 아버지가 아쟁으로 연주해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자랐다. 딸이 힘든 과정을 겪기 원치 않았던 부친이 반대했고 자신도 일반 중학교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지냈지만 결국 그는 국악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며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본격적인 국악인으로 활동하면서 백씨는
뛰어난 예술가 부모를 둔 자녀 예술가들이 겪는 자괴심을 똑같이 겪게 된다. 좋은 소리만 듣고 자란 그에겐 자신의 소리가 너무나 형편없었다. 자신도 없어지고 연주도 싫어졌다. 96년 뉴욕에 온 것은 전통 음악인으로서의 삶은 접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뉴욕에서 회계학도 공부하고 메이크업도 배우면서 전혀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애쓰던 그는 전통예술협회와의 인연을 통해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활동을 통해 한국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목표와 의욕을 찾게 되었다. 외국의 관객들이 우리 음악에 감탄하고 공감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자신을 ‘진정한 문화 메신저’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 동시에 진정한 명인이 되려는 노력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외국 관객들이 그저 다르기 때문에 신기해서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정말 제대로 잘 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한국 음악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식의 안일한 공연은 안 됩니다. 어떤 관객은 눈앞에서 본 공연 수준이 우리 음악 수준이라고 생각할 것 아니에요?”
악기를 손에서 놓았던 시간들이 아깝고 후회스러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리고 너무 모르는” 백씨에겐 지금부터 가야할 길이 더 멀고 중요하다. 이번 연주회는 그에게 음악적, 개인적으로 더 성숙해진 ‘가야금 연주자 백지숙’의 새 출발을 알리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공연문의: 한국전통예술협회 212-921-9344.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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