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독립영화계는 300만명이라는 기적같은 흥행수입을 올렸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외에도 ‘똥파리(Breathless)’라는 화제작을 탄생시켰다.
보고 있으면 ‘질린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욕설과 폭력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20여 개국의 각종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감독과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이전의 어떤 독립 영화인도 받아 보지 못했던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23일 트라이베카 극장 상영을 위해 뉴욕을 찾은 영화 양익준 감독을 직접 만났을 때 극중 깡패인 ‘상훈’의 모습을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짧게 깍은 상훈의 머리와는 다른 긴 머리와 안경 때문에 더 커보이는 눈 때문은 아니었다. 폭력의 피해자겸 가해자로 찌들었던 상훈과는 다르게 의외로 수다스럽고 웃기 잘하는 성격 때문만도 아니었다. 이유는 사실 너무 간단했다. 그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극중이랑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근데 제가 주로 독립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래 뵈도 10년 경력의 배우거든요”
하지만 그가 전혀 다른 세계의 인물을 배우로서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 속 상훈처럼 양 감독도 가난한 산동네에서 가난이 가난을 낳고, 폭력이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모습을 목격하며 자랐다. 중학생때는 자연스럽게 담배와 폭력을 배웠고 허드렛 노동일을 전전하기도 했다. “뭔가 배출해야 살 것 같은데, 도무지 그냥 있다가는 죽을 정도로 답답한데” 뭘 해야 할지 몰랐고 그걸 이끌어주는 어른들도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뒤늦게 공주 영상대에 입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독립영화 배우로 활동하면서 연출에 매력을 느꼈고 몇몇의 단편으로 주목을 받은 뒤 “여기저기서 있는대로 제작비를 긁어모아” 만든 것이 ‘똥파리’다. 스스로 “인터뷰를 한 1,000번은 한 것 같다”고 했듯이 이 영화의 개봉 이후 적어도 수백 가지 이상의 리뷰와 기사가 나왔다.
대부분은 가족의 의미와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는 “솔직히 감독으로서 난 그렇게 계산하면서 찍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의미는 관객과 평론가, 기자들이 찾는 것이겠죠. 저는 그냥 살풀이, 한풀이 한다고 생각하면서 30여년동안 쌓였던 것 영화를 통해 다 풀어놨을 뿐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아직은 전문 감독은 아니다라고 생각해요”두 번째 작품 혹은 첫 번째 주류 상업영화 작품에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진정한 감독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당장 영화를 찍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 그는 자신 앞으로 들어온 26편의 시나리오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아직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조금만 주목받으면 ‘입봉’하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 전혀 흉이 아닌 영화계 풍토에서 너무 느긋한 편이다. <박원영 기자>
‘똥파리’로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한국 독립 영화 감독으로 떠오른 양익준 감독(사진 위쪽)과 그가 주연과 연출을 맡은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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