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30년 전의 시한폭탄은 결국엔 터질 수밖에 없었다. 등록금을 32%나 올리기로 한 UC의 ‘등록금 폭탄’, 1만 여명의 학생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교육구의 ‘전학 폭탄’, 공무원과 교직원을 수 만명에 대한 ‘해고 폭탄’, 이 모두가 30년 전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
올해 주정부 예산을 보면 예산 적자는 전체 세수의 50%를 육박한다. 한마디로 ‘막장’ 재정인 셈이다. ‘황금주’로 불리던 캘리포니아는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시작은 1978년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한 ‘주민발의안 13호’였다. 베트남 전쟁 후 60년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가격이 폭등해 재산세 인상은 당연했다. 세금이 늘자 부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곧바로 이 불만을 등에 업고 재산세를 깎기 위한 부자들의 ‘세금 반란’(Tax Revolt) 운동이 조직됐다.
이들은 재산세율을 부동산 평가액의 1%로 제한하고 연간 세율 인상폭을 2% 이내로 묶는 ‘주민발의안 13호’를 발의해 64.8%라는 압도적인 찬성율로 이를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을 깎자는데 반대할 부자가 많지 않아 일부 저소득 주민과 지식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의안은 비교적 손쉽게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될 수 있었다.
문제는 발의안이 통과 후 시작됐다. 세율을 제한하자 다음 해부터 캘리포니아의 전체 재산세 수입이 급전직하 추락한 것. 이듬해 캘리포니아의 재산세 수입은 무려 57%가 감소했다.
재산세가 급감하자 재산세에서 정부운영 예산과 공립학교 예산 재원으로 사용하는 카운티 정부 등 지역정부들은 예산 조달이 어려워졌고 결국 주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게 돼 주정부 재정은 이후 30년간 악화일로를 걷게 됐던 것. 주택소유주를 위한 부자 감세안 ‘주민발의안 13호’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금 인상을 위해서는 주 의회의 2/3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발의안 조항이 재정적자를 막으려는 주정부의 손발을 묶어 버렸다. 주정부와 의회가 적자가 세수에 절반에 이르도록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었다. 주지사와 공화당이 대책 없이 증세에 반대했지만 캘리포니아의 막장 재정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내재해 있었던 셈이다. 주 의회 다수파인 민주당이 2009년 2/3에서 2석을 확보하지 못해 증세안 통과에 실패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산세 인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역정부의 주정부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재산세 대신 판매세를 인상해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 결국 1978년 당시 유권자들이 던진 찬성표가 현재 주 재정위기를 만든 근본적인 연원이었으며 직격탄을 돌아온 30전 부메랑의 출발점이다.
최근 미 전국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보스톤 티 파티’ 조세저항 운동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30년 전 ‘Tax Revolt’의 막장 결과를 우리가 몸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를 막장 위기로 내몬 ‘Tax Revolt’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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