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사망한 텍사스의 한 부호는 자신의 유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자손들에게 물려 준 미국의 첫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 1만달러 자본으로 시작해 천연개스 공장과 파이프설비 등의 기업을 일궈낸 휴스턴 최고의 갑부 댄 L. 던칸(77)이 뇌출혈로 사망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만약 그가 3개월 일찍 죽었더라면 90억달러에 달하는 그의 유산 - 포브스는 그를 세계 74위 부자로 꼽았다 -은 최소 세율 45% 연방 상속세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2011년 1월1일 이후에 사망한다면 세금은 한층 많아져 55%로 오를 것이다. 그러나 연방의회가 2010년 1년 동안 상속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한 덕분에 던칸의 4명 자녀와 4명 손주들은 예년 같았으면 국고에 들어갔을 수십억달러를 나눠 갖게 된 것이다.
세계 74위 부자 댄 던칸, 한시적 폐지기간인 금년에 사망한 덕분
지난해 죽었으면 세금 최소 45%, 2001년 상속세 개정법의 함정
미국에서 상속세가 시행된 것은 1916년부터다. 1937년 미국의 첫 억만장자인 존 D. 록펠러가 사망하자 그의 유산에선 무려 70%가 상속세로 납부되었다. 그 이후 세율은 여러 차례 변했지만 완전 폐지된 것은 금년이 처음이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수십억달러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던칸 자녀들의 횡재는 금년 1월1일 전까지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들에겐 복장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까지 350만달러 이상의 유산(부부유산인 경우 700만달러)엔 상속세가 적용되었다.
이런 범주에 드는 부자는 그리 많지 않아 상속세 적용은 연 5,500건 정도이지만 아주 민감한 2개의 이슈, ‘세금’과 ‘죽음’이 엮여있어 의회가 2010년을 한시적 폐지기간으로 정하자 상당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었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공화당은 감세공약의 일부인 상속세 완전 폐지를 주도했다. 논란 끝에 2001년부터 차츰 세율을 줄여 2010년에 완전 폐지한다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감세안 전체에 일몰규정이 포함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상속세는 단계적인 축소 후 2010년 폐지되지만, 일몰 규정에 의해 폐지조항이 효력을 상실하면서 2010년 말까지 상속세 개정이 실현되지 못하면 2011년에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부활하게 된다.
2001년 이후 공화당은 상속세의 영구적인 완전 폐지를, 반대로 민주당은 상속세 부과의 영구화를 각기 추진하며 계속 의회에서 부딪쳐왔다. 공화당이 상정한 상속세 폐지 법안은 2006년 부결되었고 민주당이 추진했던 상속세 영구화 법안 역시 2009년 12월 부결됐다.
이 같은 대립으로 의회가 2009년 12월31일까지 상속세 개정법을 통과시키지 못함에 따라 2001년 법에 따라 2010년 한 해 동안 한시적으로 상속세가 없는 진공상태가 생긴 것이다.
2008년 재무부가 거두어들인 상속세는 약 250억 달러 정도다. 대부분의 부호들이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 유산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고도의 플랜으로 일찍부터 손을 쓰기 때문에 실제의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
유산에 대한 과세옹호론자들은 요즘처럼 연방적자가 치솟고 빈부간 수입격차가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시기에 연방의회가 미국의 최고 부자들에게 한시적 상속세 폐지 같은 세제혜택을 준 것은 비양심적 처사라고 비난한다.
“이 나라 최고 부유층은 아직도 자녀들에게 엄청난 부를 넘겨줄 수 있다”고 지적한 척 콜린스는 “세금은 경제적 기회를 위해 꼭 필요한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수입 불균형에 대한 전문가인 그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를 사망세(death tax)라고 부르며 상속세 폐지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같은 수입에 두 차례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이번 한시적 상속세 폐지는 해당 계층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거액의 돈이 걸렸으니 비정한 음모도 배제하기 힘들다. 유산변호사들은 노부모의 임종에 대한 상속자들의 비인간적인 결정을 우려한다. 특히 생명보조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고령의 중환자들에 대한 걱정이다. 지난해 어떻게 해서든지 생명을 연장시키려 애쓰던 노력이 금년 들어서는 해를 넘기지 못하도록 손을 쓰는 패륜으로 바뀔까 걱정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도의 의회는 다시 상속세를 부활시키는 개정안을 추진 중인데 2010년 사망자의 유산에 소급 적용시킬 것인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약 상속세가 소급 적용될 경우 던칸의 상속자들은 위헌소송을 제기, 격렬한 법정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던칸의 유언장은 한시적 폐지가 결정되지 않았던 2008년에 마지막 수정되었다.
<뉴욕타임스-본보 특약>
생전에 사냥을 즐겼던 댄 던칸. 90억달러 유산을 남기고 지난 3월 사망했다.
미국의 첫 억만장자인 존 D. 록펠러. 1937년 그가 사망한 후 유족들은 유산의 70%를 상속세로 납부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