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더 이상 유럽의 변방 취급 말라”
정치적 안정과 수출시장 확대 바탕
금년에만 무려 11.4% 성장 기록
재정건전성도 이탈리아 수준 도달
수십년 동안 터키는 유럽연합에 가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다. 27개국이 가입해 있는 유럽연합에 가입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낙후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늘날 터키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기찬 기업 허브를 형성하면서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터키는 현금이 풍성한 러시아와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번성하고 있다.
금년에 겨우 1%만 성장해도 다행인 많은 유럽 국가들에게 터키의 경제적 르네상스(터키는 금년 1/4분기에 무려 11.4%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것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는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터키와 유럽 중 누가 더 서로를 필요로 하는가이다.
“옛 세력은 경제적으로나 지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고 터키 최대의 자동차 리스회사인 인터시티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부랄 아크(42)는 말했다. 그는 “터키는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총생산의 16%에 달하는 예산적자와 연 72%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나라로서는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리셉 타이프 에드로간 수상이 권좌에 오르게 한 하나의 배경이 됐다. 에드로간 수상은 사회적 보수주의와 신중한 경제정책을 접목시켜 자신의 정의 발전당 집권을 터키 건국 이래 가장 획기적인 정치운동으로 만든 인물이다.
변화가 너무나 완벽해 터키는 유로화를 채택할 수 있는 범주에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보다 더 가까이 도달해 있다. 정부 채무는 국내총생산의 49%로 낮아졌고 예산적자도 내년이면 우량수준인 3%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8%인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만 남았다.
“이것은 꿈의 세계”라고 지난 2006년 피스난뱅크를 그리스 내셔널 뱅크에 매각해 터키 최고의 부호가 된 하스누 오지에긴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유인 5성급 스위스 호텔 꼭대기 층에 앉아 자신의 블랙베리를 이용해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스프레드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한 신용스프레드 지수는 그 자신도 믿기 힘들 정도다.(지수는 낮을수록 좋다)
“그리스는 980, 이탈리아는 194, 터키는 192”라고 만족스런 표정을 말했다. “만약 10년 전에 터키의 금융위험도가 이탈리아와 비슷하다고 했다가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지에긴은 자신의 은행이 최고가일 때 그리스에 매각한 후 이것을 동방지역에 투자했다. 샤로 매입한 은행 유로크레딧은 러시아내 영업으로 35%의 수익을 내고 있다. 오지에긴은 에르도간 정부의 경제적 성공을 감싸고 있는 터키 비즈니스 엘리트의 구세력을 대표한다.
그러나 이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터키의 미래에 똑같이 중요한 세력은 정의 발전당 집권 아래서 급성장 한 소비자 시장과 수출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비즈니스 지도자들이다.
대형 자동차 리스업체 소유주인 아크는 이런 비즈니스 지도자들을 대표한다. 그는 페라리를 몰고 일터로 간다. 하지만 이슬람을 신봉해 술을 마시지 않으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아랍어로 쓰여진 코란의 문구가 걸려있다. 그는 최근 버지니아 페어팩스 소재 조지메이슨 대학의 이슬람 연구를 위해 기부를 했다. 이 대학에서는 에르도간 수상이 최근 연설을 하기도 했다.
아크가 이슬람을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든 아니면 그가 부업으로 벌이고 있는 호두재배를 위해 이스라엘의 관개기술을 받아들이든 그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유연한 역동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런 역동성은 터키로 하여금 이스라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시리아 등 국가들과 교역을 확대하도록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지도자 가운데 하나가 터키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대규모 소매체인인 BIM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무스타파 라티프 토프바스와 과자 및 초컬릿 생산업체인 일디즈 홀딩을 경영하는 무라트 울커이다. 매출액에 110억달러에 달하는 일디즈 홀딩은 자사의 식품 제품들을 터키뿐 아니라 세계 1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등지에 공장을 세웠으며 고디바 초컬릿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이 두 명의 억만장자는 에르도간 수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터키의 비즈니스 기회는 하도 넘쳐나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다. 지난 6월 터키의 수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13% 증가했다. 수출 증가 대부분은 이란, 이라크,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의 교역증대에 따른 것이다. 제조기반이 약한 이들 국가들은 터키의 과자류와 자동차, 그리고 평면TV등을 많이 구매한다.
예를 들어 올해 터키의 대표적 항공사인 터키시 에어라인은 이라크에 대해 프랑스와 같은 회수의 비행기 운항을 할 계획이다.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항로는 리비아와 시리아, 그리고 러시아 등인데 터키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러시아는 7개 도시를 운항한다. 가장 많은 터키계가 사는 독일을 제외하곤 가장 정기항로가 많은 국가이다.
이란에서 터키기업들은 비료공장들을 짓고 있으며 아카르산 그룹은 이라크에서 5개 병원 건립공사를 따냈다. 터키의 건설업체들의 전체 수주액은 3,000억달러가 넘는다. 또 반대로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터키 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을 소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슬람 금융업의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스라엘에 각을 세우는 에르도간 정부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터키의 오랜 동맹이자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에는 긴장감을 일으킨다.(터키는 금년도에 미국에 대한 수출보다 2억달러가 더 많은 16억달러 어치를 이란과 시리아에 수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적대적 관계 등 터키의 이런 입장은 ‘국내에서도 평화, 세계에서도 평화’를 강조했던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신조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관계를 만드는 데는 수세기가 걸리지만 이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면 된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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