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원들 방문객 줄어들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
식물원이 변하고 있다. 꽃과 나무들에 둘러싸여 명상에 잠기고, 원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줄어 문 닫을 위험에 처한 전국의 식물원들이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환경, 지역 재배 먹을거리, 가족 활동 등에 관심을 쏟는 요즘 추세를 활용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식물원에서 여는 요리 페스티벌, 어린이 정원, 음악회 등이다.
요즘 세대 원예에 관심 없어 식물원 한산
요리 페스티벌·음악회 등으로 방문객 유치
지난 사반세기 클리블랜드 식물원의 핵심 행사는 2년마다 열리는 꽃 박람회(Flower Show)였다. 옥외에서 열리는 식물 박람회로는 북미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였다. 로마제국의 정원에서부터 18세기 영국저택 정원 등 주제를 담은 행사에는 보통 2만5,000에서 3만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꽃 박람회는 연기되었고 그러다가 취소되었다. 행사 스폰서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식물원은 다른 계획을 세웠다. 9월24일부터 26일까지 ‘음식과 정원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역 재배 먹을거리를 선호하는 추세를 담은 행사로 수퍼마켓 체인이 후원단체 중 하나로 들어갔다.
식물원의 총무인 나탈리 로나인이 말하는 요즘의 추세이다.
“꽃 박람회가 언젠가는 되돌아올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가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음식에 더 쉽게 몰리지요”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식물원들이 일종의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국화 전시회와 원예 강좌, 정원 클럽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집에 있는 여성이 줄었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꽃 가꾸는 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 원인이다.
그래서 식물원들은 자구책을 찾기 위해 부심하다가 방문객들의 보편적 관심이 어디에 있는 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자연, 지속가능성, 요리, 건강, 가족, 예술 등이다.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친환경 모델 빌딩을 건립하며, 웰빙을 홍보하거나, 밤늦게까지 개장을 해서 사람들이 칵테일을 들며 즐기게 하는 등이다. 개중에는 애완견의 입장을 허용하는 식물원들도 있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안된다”고 애틀랜타 식물원의 총무인 매리 팻 매티슨은 말한다. 미술관을 찾고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도 끌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애틀랜타 식물원은 ‘카노피 산보’라는 특이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최고 45피트에 달하는 나무 위를 꼬불꼬불 600피트나 걸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거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는 식용 정원이 있다. 옥외 주방이 구비되어 있어서 종종 외부 요리사들을 초청해 싱싱하고 건강에 좋은 채소들로 요리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식용 정원 조성은 전국의 식물원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추세이다. 정원 옆에서 요리강습을 병행해 방문객을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애틀랜타 식물원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뛰어 올랐다.
전국의 공공 식물원 방문객은 연간 7,000만명 정도이다. 그러나 사회적 추세와 인구구성의 변화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식물원은 방문객이 급속히 줄어들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요즘의 추세를 잘 활용하면 식물원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경에 대한 염려나 지역 재배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어린이 비만을 줄이려는 노력, 가족 활동에 대한 필요 등이다. 경제적 압박감 역시 식물원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먹을거리를 재배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미국 가구 중 35%는 어떤 식으로든 먹을거리를 집에서 재배했다. 2008년에는 이런 가구가 31%였다. 집에서 꽃 정원을 가꾼 가구는 31%로 전년도와 비슷했다. 공공 식물원 협회의 총무인 대니얼 스타크의 말이다.
“요즘 세대는 정원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정원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식물원이 전략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조각 전시회, 음악회 등이 오래 전부터 열려왔다. 그런데 이런 정원 외적인 행사에 대한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욕 식물원의 경우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디킨슨은 정원을 가꾸던 사람이기도 했다.
워싱턴의 연방 식물원은 감자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기획 중이다. 어린이 방문객을 겨냥한 시도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프로그램 역시 식물원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메인의 코스탈 메인 식물원은 170만 달러를 들여 2 에이커의 어린이 정원을 조성하고 이번 달에 개장했다. 여기에는 닭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계란을 직접 모아볼 수가 있다.
와이오밍의 사이엔 식물원은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어린이 마을을 새로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태양열 실험실에서 재활용 재료들로 공작을 할 수가 있다.
클리블랜드 식물원에서는 10대들이 도시에서 옥수소와 호박을 재배하는 법을 배운다.
LA 인근 데스칸소 식물원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일을 하고 있다. 식물원의 역사 깊은 동백나무들을 뽑아내는 일이다. 식물원은 수십년전 천연의 삼림 그늘 아래에 동백을 심었는데 큰 것은 30피트에 달할 정도로 울창해졌다. ‘환상의 삼림’이라고 식물원 원예 담당 디렉터인 브라이언 설리번은 말한다.
하지만 그 ‘환상’이 지속가능하지가 못하다. 동백나무들이 물을 너무 많이 빨아들여 물의 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나무들을 죽이고 있다. 데스칸소 측은 동백들을 뽑아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손실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 삼림이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가 있다.
데스칸소도 방문객들을 늘리기 위해 저녁시간까지 문을 열고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제공하고 있다.
먹을거리 페스티벌 역시 식물원들의 인기 연중행사이다. 방문객들을 꾸준히 오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지난 1월 플로리다, 코럴 게이블스의 페어차일드 열대식물원의 제4회 국제 초컬릿 페스티벌에는 1만2,000명이 방문했다. 커피와 차를 곁들인 초컬릿 페스티벌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지역 먹을거리 페스티벌, 그리고 이번 달에는 망고 페스티벌을 열었다.
결국 식물원에서 꽃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식물원들이 꽃을 전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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