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의료시스템에 쏠리는 서방국가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쿠바가 설립한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이 지난 6년간 세계 54개국 의사 8,000여명에게 의료교육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는 최첨단 의학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온 전문의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쿠바의 의료시스템은 몇 년 전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화 ‘식코’에 미국과 대비되는 사례로 소개된 이후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쿠바는 한마디로 모순덩어리의 나라이다. 카스트로 형제에 의한 장기집권과 낙후된 경제로 국민소득이 세계 100위권 밖인 못사는 나라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혜택의 수준은 그 어느 선진국보다도 뛰어나다. 빈국이면서도 영아사망률은 미국보다 낮고(미국은 10만명당 6.14명, 쿠바는 5.72명) 평균수명도 한국과 엇비슷하다.
경제수준과 수명이 비례하는 통상적인 경우에서 크게 어긋나 있는 나라가 쿠바이다. 이 모순에 대한 해답은 완벽한 1차 의료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쿠바의 의사는 7만여 명으로 인구 당 의사수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의사들은 국가공무원으로 150~200명 정도의 국민들을 담당하는 가정주치의 역할을 한다. 전 국민들이 가정주치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보다 예방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이 공짜다. 이 때문에 쿠바를 ‘의료천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 한국이 의료 관광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실은 쿠바가 의료관광의 원조다. 진료비가 싸고 의사들 수준이 높아 쿠바를 찾는 외국 환자들이 많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는 병원들 병상의 10% 정도가 의료관광용이다. 여기서 생긴 수입은 자국민들의 무상진료에 쓰인다.
쿠바 의료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강점은 병원과 의사들의 외적인 면보다 내적인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쿠바에서 의사가 되려면 6년간의 학부과정을 마치고 가정의로서 3년간 인턴생활을 해야 한다. 국민들 속에 파고드는 이 수련과정을 통해 의사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세를 갖추게 된다.
이 점이 바로 쿠바의 의료시스템을 다른 나라와 차별화 시켜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의사들이 배우러 찾아가는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 프로그램에도 의학 교육뿐 아니라 의사로서 갖춰야 할 인류애와 도덕적 마음가짐 등을 가르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하지만 의료현실 속에서 이 선서의 의미는 날로 퇴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라가 쿠바이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는 치솟는 의료비가 아니라 환자를 진정으로 보듬을 줄 아는 의사가 별로 없다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의사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도록 의대 과정에 쿠바 의료시스템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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