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에 ‘원정 육아 할머니’ 늘고 있다
▶ 바쁜 자녀 대신 손주 돌보기 … 외로운 생활에 우울증 우려
자식도 소용없는 팍팍한 미국생활 가정부로 전락한 경우도
# 플래노에 사는 한인 노인 이모(69·여)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살고 있다. 자식과 따로 살고 있는 그는 1주일에 한번 씩 달라스의 한 제과점에서 며느리가 데리고 나온 손주 녀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 녀석을 보기위해 자식집을 찾고 싶지만 며느리가 원치 않아 제 3의 장소에서 가족상봉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 달라스의 한인 박모(65·여)씨는 아들집을 매일같이 방문해 치르는 가정부 생활이 버거워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아들이 굶을까봐 지친 몸을 이끌고 버릇처럼 아들집을 찾곤 한다. 비즈니스에 아들 내외가 새벽부터 밤까지 함께 매달리는 현실에 3년 전 아들집에 들렀다가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에 청소를 했던 일이 일상이 돼 버렸다.
박씨는 자신이 반찬을 만들지 않으면 아들이 투정할 정도로 살림에 무관심한 며느리가 야속하지만 손자 녀석들 뒷바라지와 아들 걱정에 혹독한 가정부 생활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어스틴의 한인 노인 이모(69·여)씨는 몇 년전 한국에 있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아들이 홀로 살고 있는 이곳에 와서 2명의 손주 손녀 뒷바라지에 허리 펼 짬이 없다.
자식이 며느리와 헤어져 고아가 될 처지의 손자녀를 돌봐야 하는 버거운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자신도 관절염에 고생하지만 피붙이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를 인내로 버티고 있다.
‘노인들의 천국’이라는 미국 이민생활도 한인 노인들에게는 참으로 사치스럽고 짐이 되는 일상이 되기 일쑤다.
이른바 노년을 자식 손주 뒷바라지에 희생하려는 원정 할머니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며느리와의 갈등 때문에 손자녀 마저도 맘대로 볼 수 없는 노인들도 있다.
특수한 케이스지만 노인들이 손자녀를 보고파 자식집을 찾아가지만 나이 들어 행색이 맘에 들지 않아 자녀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경계하는 며느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노인도 있다.
노인회관에 친구들과 또래집단에 어울리며 노후를 만끽해야할 시간에 혹독한 가정부의 삶을 살아야 하는 노인들의 경우 신세를 한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식사랑의 업보로 안고 살아간다.
텍사스 지역에도 육아 원정 할머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불경기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게 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이혼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정 할머니들은 언어소통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겹쳐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정신과의 한 상담 전문의는 “원정 할머니들이 홀로 외롭게 고립된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적잖게 접하고 있다”고 했다.
각자에 따라 천차만별인 노후의 이민 인생사를 살아가는 한인 노인들.
언젠가는 노인으로 자리바꿈할 기성세대들이 노인들의 그늘진 구석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
<박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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