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에서 가장 오래된 코퍼 퀸 호텔
대부분의 호텔 투숙객들은 한 밤중에 쿵쾅대는 소리에 잠을 깬다거나 서랍에 넣어 둔 물건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당장 불평을 해댈 것이다. 그러나 애리조나 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계속 운영되어 온 낡은 시골호텔 ‘코퍼 퀸’의 손님들은 다르다. 1902년 애리조나주 비스비에 세워진 코퍼 퀸은 유령이 나오는 호텔이다. 적어도 주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그리고 지난 수십년 수많은 손님들도 자신들이 직접 체험했다면서 유령 출몰을 증언해 왔다: 정체불명의 음성들, 이상한 소리와 냄새, 공중에 떠다니는 물체들… 그러므로 코퍼 퀸에서의 평화롭고 조용한 밤은 많은 투숙객들에겐 대단한 실망이다.
장난꾸러기 빌리, 매춘부 줄리아 등 3명의 유령 ‘상주’
떠다니는 열쇠, 사라진 동전 등 체험담 모은 책도 발간
“으악!” 최근 어느 저녁 4층 복도의 코너를 돌던 유령 아닌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자신이 마주친 상대 역시 유령이 아닌 다른 투숙객인 사실을 안 순간, 그녀는 안도보다는 실망에 가득 차 물었다. “무엇 좀 보셨어요?”
프론트데스크의 남자직원의 목소리는 자신의 유령체험담을 시작하면서 으스스 낮아졌다. 어느날 저녁 3층과 4층 사이의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있을 때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 그리고 공중에 방 열쇠가 떠다니는 것을 본적도 있다고 단언했다.
그의 옆엔 고스트 저널이 놓여 있다. 그동안 손님들이 호텔에 사는 유령과 만났던 경험들을 적어놓은, 말하자면 유령일지다. 그중 실감나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 이번 달에 출간된다. 3명의 유령이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코퍼 퀸 호텔은 케이블 채널 ‘고스트 헌터스’ 쇼에 등장하기도 했다.
저널에 남긴 투숙객 티나 라본의 체험 : 어느 날 호텔 내에서 사진을 찍으려하자 메모리카드가 없다는 표시가 나왔는데 실제로 카메라 안에는 메모리 카드가 있었다는 것.
다른 손님들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멀쩡하던 TV 리모컨이 갑자기 작동을 안했다거나 이유 없이 셀폰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었던 경험들을 적어 놓았다. 자신의 동물인형이 사라졌다가 되돌아왔다는 한 소녀의 체험도 들어있다.
유령에 관한 책을 읽던 9세짜리 데번은 어깨너머로 이상한 숨소리를 듣고 기겁을 했으며 어떤 손님은 책상 위에 둔 동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일 들은 어린 유령 ‘빌리’의 소행으로 전해진다. 오래전 인근 샌페드로 강에서 죽은 빌리는 코퍼 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령으로 알려졌다. 빌리가 한때 묵었던 이 호텔의 한 방에는 빌리의 사진이 걸려있다.
“남부 애리조나에서 가장 유령이 많은 곳”은 비스비와 다른 유명 유령출몰 장소에 관한 책인데 여기에 빌리가 호텔로비의 가죽 카우치 위에서 뛰고 노는 것을 보았다는 일화가 들어있다.
“코퍼 퀸은 16명 이상의 유령이 출몰한 곳”이라고 이 책의 저자 르네 가드너는 말한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에 의해 비스비의 유령 관련 공식대사로 임명된 그녀는 이 마을 유령투어의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유령의 소행인지, 사람의 장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험담들은 끝없이 이어진다. 혼자 샤워를 하는데 화장실 문이 마구 흔들렸다든지, 분명히 잠그고 나간 방문이 활짝 열려있었다든지, 한 밤중 걸려온 전화의 저쪽에 아무도 없었다든지, 벽에서 갑자기 그림이 떨어졌다든지, 혼자 있는데 누가 어깨를 두드려 돌아보았더니 아무도 없었다든지…
새벽 2시 316호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한 여성은 “우리 부부는 (유령의 존재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라고 적어 놓았다.
매주 목요일 밤에는 고스트 전문가가 호텔 투숙객들을 인솔해 투어에 나선다. 삐걱대는 건물 구석구석을 돌며 장난꾸러기 빌리와 줄리아 로웰이라는 매춘부(평생을 이 호텔에 살았던 그녀의 유령은 특히 남자 손님들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검은 망토와 검은 탑 햇을 쓰고 시거 냄새를 풍기는 긴 수염의 신비스런 남성 등 이 호텔의 터줏대감 유령들을 찾으러 나서는 모험이다.
물론 요즘은 빌리나 줄리아와 부딪치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한밤중 엘리베이터가 내는 신음은 초자연적이라기보다는 기술적 문제 때문인 듯하고 404호에서 나는 웅성거림은 CNN이 분명할 테니까.
그래도 맛있는 식사와 활기 찬 바에 더해 한 순간 오싹한 유령과의 대면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인지 코퍼 퀸 호텔은 한 여름 휴가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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