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 곽호수(왼쪽) 수산인협회장을 도와 큐가든의 피시마켓에서 땀 흘리고 있는 곽성순군.
무더운 여름에 가족과 함께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이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속에서 고생하는 부모의 비즈니스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어 직접 삶을 체험하는 이들도 있다. 땀 한방울의 가치를 배우는 한인 젊은이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11일 오후, 퀸즈 큐가든의 뉴 가든 피시마켓에 유모차를 끈 손님이 들어서자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반갑게 맞는다. 잠시 대화를 나눈 청년은 능숙하게 생선 필레를 포장해 건네주고 계산을 한 뒤 나가는 손님에게 역시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퀸즈칼리지에서 어카운트를 전공하고 있는 곽성순(24세)군은 벌써 10여년째 이렇게 여름방학때마다 아버지 곽호수 수산인협회장을 도와 땀을 흘리고 있다.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잠깐씩 일하는 시늉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곽 회장이 매장을 오픈했을 때 곽군은 중학교 1학년 나이로 생선 비늘을 벗기는 것부터 일을 시작했다. 새벽에 마켓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생선을 구입한 것도 여러 차례다. 문을 여는 시간부터 닫을 때까지 8시간 이상 일하는 날도 많았고 바쁠 때는 맨하탄 가게까지 가서 일을 도왔다. 파트타임 학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업무를 척척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워낙 오래 일을 돕다보니 단골 손님들과의 관계도 돈독하다는 것. 곽 회장이 어떤 직원보다 곽 군을 신뢰하는 것도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곽 회장은 “한 달 가까이 한국에 갔을 때도 아들한테 가게를 맡기고 가면 안심이 된다”고 할 정도다.믿는 마음이 워낙 커서인지 귀한 외아들에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많이 시키는 곽 회장은 숙련도로 따지면 고급 인력인 아들에게 여전히 보수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가족끼리 무슨 월급을 주고 받고 하느냐”는 것이 이유다. 곽군 역시 “바쁘고 어려울 때 아들이 아버지 사업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전혀 불만이 없다는 표정이다. 이제는 사회생활로 바쁜 곽 회장의 장녀도 예전엔 동생 못지않게 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곽 군은 이제 졸업반으로 취업 준비에 한창일 시기지만 오전에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나면 오후 2시에는 반드시 가게에 출근한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기에 어찌 보면 참 배짱 좋은 아버지와 아들로 보일 수 있다. 곽 회장은 “공부보다는 이렇게 생선 만지고 손님 상대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 생활의 준비고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오히려 옆에서 아들이 더 거든다. “어쩌면 올해가 아버지 일을 돕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아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게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웃자 곽 군은 “손님이 없고 장사가 안될 때”라고 대답했다. 요즘처럼 무더울 때가 수산업이 가장 힘들 때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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