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중국 연길시에 있는 연변대학교에 장학금을 전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장학금 전달식이 있기 전, 장학금 수혜자에 대한 신상명세서를 받았다. 그날 장학금을 받는 4명의 조선족 학생들은 예술대학에서 한국고전무용과 가야금과 장고와 대금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연구하며 발전시키는 그들이 그처럼 고마울 수가 없었다. 신상명세서에 기재된 그들의 가정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4명의 학생 중에서 3명은 어머니가 한국에 나가 어렵게 돈을 벌어서 보내주는 학비로 어려운 학창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날 장학금 전달식에는 장학금을 받는 4명의 학생들과, 그 전해에 장학금을 받은 4명의 학생들, 또 교수 두 분과 함께, 장학금 수혜자의 친구들도 많이 참석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전달식이 진행 되었다. 장학금 수혜자를 대표해 한 여학생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여학생은 가야금이 전공이었다.
가야금도 그렇지만 고전무용이나 대금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졸업 후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연변에 한국어 TV 방송국이라든가 시민회관 같은 큰 예술 공연장이라든가 아니면 한국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대학이 몇 개는 있어야, 이들의 졸업 후 진로가 트일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서울이나 미국에 비하면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예술대학 졸업생들의 유일한 희망은 한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는데, 그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그 여학생은 머나먼 미국에서 날아와 장학금을 전해주는 것은 그저 얼마의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기들을 인정해 주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엄청난’ 일이라고 감사해 했다.
내가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순서가 왔다. 나는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꿈을 가지라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지금 기억하는 것은 내가 인용했던 고은 시인의 ‘길‘이라는 시의 일부였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라. 여기서 부터가 희망이다."
내가 그들에게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해 달라면 나는 현재 일본에서 창작생활을 하는 최고령의 시인인 시바디 도요의
“있잖아 힘들다고 한 숨 짓지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라는 싯귀를 들려주고 싶다.
절망은 끝나는 순간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 어려웠던 순간도 뒤돌아보며 웃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아직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불황속에서도 계속하여 용기와 희망은 주어져야 한다. 이제 9월부터 미주 세종장학재단의 모금 캠페인이 시작된다. 모금운동에 비관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희망적으로 본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때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 이것이 오히려 자기의 어려움을 이기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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