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가주에서는 대선 후보 얼굴 보기도 힘들다. 오바마가 가끔 오지만 오로지 천문학적 액수인 선거 자금을 거둬가기 위해서다. 수천에서 수 만 달러의 후원금을 낼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경호를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길을 막아 생기는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것이 고작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가주가 어째서 이런 찬밥 신세가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선거인단제도 때문이다. 미국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간접 선거제를 택하고 있다. 대선 날 사람들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뽑는다. 선거인 수는 연방 하원의원 수 435, 연방 상원의원 수 100, 그리고 수도 워싱턴 DC 3을 더해 모두 538명이다.
연방 헌법은 각주가 몇 명의 선거인단을 뽑느냐만 정하고 어떻게 뽑느냐는 주정부에 일임하고 있는데 메인과 네브라스카를 제외한 모든 주가 승자 독식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 주에서 한 표라도 이긴 사람이 그 주 선거인단을 독차지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부가 뻔한 곳에서는 캠페인을 하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아슬아슬하게 지나 엄청난 차로 지나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가주 같이 지난 30년간 민주당을 뽑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민주당을 뽑을 것이 확실한 주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와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주뿐만 아니라 오리건, 워싱턴 등 서부 해안 주, 뉴욕, 뉴저지 등 동부 해안 주와 ‘뉴잉글랜드’라 불리는 북동부 6개 주들은 민주당 표밭으로 굳어져 있고 반대로 네브라스카, 캔자스, 노스와 사우스다코타 등 중서부 지역과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남부 주들은 공화당을 찍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런 주들은 후보 구경하기 힘들다.
후보들이 뻔질 나게 드나드는 곳은 소위 ‘스윙 스테이트’라고 불리는 경합주들이다. 이곳이 사실상 대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는 선거인단 9명의 작은 주지만 오바마는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문안드린다. 표차가 근소할 경우 이곳이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콜로라도,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건,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이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중 특히 중요한 것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다. 선거인수가 18과 29명으로 덩치가 클뿐 아니라 오하이오는 인적 구성이 미국 평균에 가장 근접한 주로 공화당 후보 가운데 여기서 지고 당선된 예가 없다. 플로리다는 가장 투표율이 높은 고령자가 많은 곳으로 여기서 지고 대선에서 이기기는 지극히 어렵다.
전체 여론 조사는 비슷하지만 이들 주에서 롬니는 오바마에 10% 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이 정도 차를 선거를 한 달 남겨 놓고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두 주를 잃고 롬니가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제로라 보면 된다. 대선 선물 시장이 이번 선거 승률을 오바마 70 롬니 30으로 보는 이유도 거기 있다. 돌발 사태가 막 터지고 출구 조사도 맞지 않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이변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올 대선 결과는 거의 결정됐다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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