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프링스를 지나 동쪽으로 가면 애리조나 주 경계선이 나온다. 이 경계선을 지나자마자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있다. 개스 값이다. 주변 환경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개스 값은 갤런 당 30~40센트가 싸진다. 지난 1주일 새 가주 개스 값이 폭등하기 전 이야기니까 아마 지금은 1달러 가까이 차이가 날 것이다.
똑 같은 휘발유인데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날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은 같은 휘발유가 아니다. 가주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 탓에 쓰는 휘발유도 성분이 다르다. 가주에서 쓰는 휘발유는 다른 곳에서 정제할 수 없고 오로지 가주 내 있는 14개 정유소에서만 생산된다. 인근 주에서 개스가 남아돌아도 가져다 쓸 수 없는 것이다.
이들 정유소는 연중무휴로 돌아도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 거기다 이번처럼 북가주 리치몬드에 있는 셰브론 정유소가 불이 나 정유 능력이 줄어든 데다 토랜스에 있는 엑손 정유소마저 전력난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하루에 수십 센트씩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토랜스 정유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고 브라운 주지사의 명령으로 여름 개스보다 규제가 덜 한 겨울 개스가 약간 일찍 방출되면 개스 값은 하락세로 돌아서겠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올 11월부터는 탄소 배출 기업에 대한 공과금이 부과되는데 석유회사들은 이를 소비자들에 전가할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 2015년부터는 가뜩이나 까다로운 개스에 관한 규제가 더 까다로워진다.
이런 엄격한 환경 규제 탓에 공급을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지난 20년 사이 가주에서 4개의 정유소가 문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가주의 석유세는 갤런 당 50.5센트로 뉴욕의 51.3센트를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제일 높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주 개스는 정상적일 때도 전국 평균보다 30센트 정도 비쌌다.
개스 값이 높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운전을 줄여 교통 체증 감소와 탄소 배출량 삭감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높은 개스 값의 부담을 가뜩이나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더 많이 지게 된다는 점이다.
부자들이야 개스 값이 갤런 당 4달러를 하든 5달러를 하든 상관이 없다. 전체 가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이 빠듯한 중하류 주민들에게는 한 달에 100달러의 추가 지출도 큰 부담이다.
가주의 개스 값 폭등은 자연 재해와는 상관이 없고 국제 유가와도 관계가 없는 순수한 정책의 산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당국이 법을 고쳐 타주 기름을 쓸 수 있게 하면 개스 값은 전국 평균으로 당장 내려갈 수 있다. 이들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고 보면 가주 개스 값의 근본책임은 유권자에 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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