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인 인터브랜드사가 발표한 기업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코카콜라가 또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코카콜라의 정상 차지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관심은 오히려 1위보다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쏠렸는데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애플이 올랐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의 애플 브랜드 가치 상승률은 무려 129%에 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1위와 2위 차이는 아주 근소해 내년 조사에서는 애플이 1위에 등극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처럼 욱일승천하고 있는 애플의 대척점에 서 있는 기업은 노키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휴대폰 기업으로 애플을 멀찌감치 따돌린 채 앞서가던 노키아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 참담한 실정에 놓여 있다.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면서 막대한 영업적자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인 ‘BB+’로 강등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얼마 전에는 사옥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노키아의 이런 처지는 이번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노키아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1년 사이에 16%나 떨어졌다.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기업 순위에서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조사를 실시한 인터브랜드사는 “경쟁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4번째, 5번째 혹은 6번째 에디션으로 출시하고 있는데 노키아는 아직 1장으로부터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향후 전망을 내놓았다.
핀란드 국민기업으로 혁신과 창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노키아는 어쩌다 현재의 처지로 전락한 것일까. 한마디로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49%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노키아의 스마트폰은 시장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휴대폰에 인터넷 기능이 포함된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이때 애플이 터치스크린 아이폰을 내놓았다. 노키아는 “우리가 해봐서 아는데 애플 제품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에 대해 ‘조크’(joke)라고 표현하는 등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키아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경쟁사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우를 범했다. 노키아의 몰락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성공이 안겨 준 자만이었다. 자만에 빠지면 안주하게 돼 있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의 정신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노키아는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해봐서 잘 아는데”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해봐서 아는데’ 증후군은 1등을 달리다 몰락한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증상이다. 정상에 앉아 있다 보면 초심은 사라지고 교만해지기 쉽다.
‘해봐서 아는데’ 증후군은 작은 성공과 협소한 경험에 매몰되는 현상이다. 이에 빠져 있으면 다른 경쟁업체들의 혁신을 우습게 여기게 되고 자신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정신 차렸을 때는 경쟁업체에 한참이나 뒤처지고 난 다음이다.
애플의 성공과 노키아의 몰락은 끝없는 ‘혁신’과 ‘자기 안주’의 결과가 어떻게 갈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성공했을 때가 가장 조심할 때라는 경구의 의미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