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은 정치적인 것은 물론 군사적인 면에서도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하겠다. 우선 그 기록적인 전사자 62만(비교: 2차대전 40만, 한국전 3만 7천, 남전 5만8천, 현재까지의 아프가니스탄전 2천명)이란 통계이다. 1861년 전쟁 발발 당시의 미 인구는 2천5백만 이었으니 당시의 인구 비례를 감안할 때 이는 상상을 초월한 숫자이다.
지난 9월17일, 150회 기념일을 맞이한 안티탬 전투에서는 단 하루 10시간 사이에 2만3천명의 사상자를 냈었다. 미국의 군목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바로 이들 넘쳐나는 전몰장병들을 위한 합동 위령제에서 비롯됐다. 북군의 군목 월급이 100달러, 남군의 월급은 85달러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무렵 매세추세츠에 살고 있던 클라라 바톤(1821-1912)은 그녀의 나이 40세란 늦은 나이에 게티스버그 전쟁터로 달려가 부상병의 간호는 물론 의약품과 식용품들까지 조달 보급하는 등 구제사업에 적극 참여하다가 전쟁이 끝난지 17년인 1882년에는 미 적십자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남북전쟁은 작전 및 전략 면에서도 괄목한 변화를 가져 온다. 전근대적인 일대일 전투식의 나폴레옹 전법은 근대전법으로의 전환기를 맞게 되어 부대편성이 확대되고 나무방책(Bull Run 전적지)같은 원시적 방어 장치는 가시철망으로 바뀌고 지형지물을 이용한 참호 파기를 시작하고 공격과 수비를 유연케 하는 한편 정복차림의 표적을 막기 위해 위장(camouflage)된 별도 전투복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 발명한 기관총의 위력은 남군의 기마병을 무능케 하고 대포의 구경 크기가 넓어졌다. 초보단계에 있던 사진기술은 점차 실용화 되어 영상화된 신문보도를 가능케 하였으며 기존(아직 대륙횡단은 미 연결) 철도시설은 군수물자와 병력이동을 윤활케 하여 전투영역을 넓혀놓았다.
남과 북 대결에서 남군은 사기에서 이기고 물량에서 패한다. 산업혁명으로 방적기가 기계화되어 목화의 수요가 늘게 됨에 조지아주 인근 5개주의 광활한 땅은 목화재배에 적합한 기후조건으로 어느듯 세계 목화 생산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때에 아브라함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400만 노예 노동력에 의지하였던 남부 주민들의 생명선을 위협하는 큰사건 이었다. 남부 9개주는 미합중국에서 분리하고 별도정부를 세우고 작전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을 기용, 북진을 계속하면서 초전에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개전 2년후 북군은 게티스버그 승전을 계기로 일대 반격전을 전개하고 막대한 물자와 병력을 투입하는 한편 모든 전함에 철판(Iron clad)을 입히고 멕시코 만에 이르는 남부 해안선을 봉쇄하고 수출 길을 막아 놓았다. 졸지에 군자금이 고갈되고 군수품의 보급이 끊어지니 남군 중엔 북군에서 탈취한 군복을 회갈색으로 염색해 입은 맨발의 전사들이 눈에 띄기까지 이르러 리 장군은 전군에 후퇴 명령을 내린다.
철수하는 대열 속에서 누구인가 부르기 시작한 퇴각의 노래는 아직도 딕시(Dixie) 사람들에게 구전 되고 있다. “적개심 가득 찬 내 가슴을 안고/ 나 지금 조지아로 돌아 가노라/ 테네시의 지옥같은 전투/ 텍사스의 기백을 날리며/ 리 장군의 노래를 불으며/ 나 지금 조지아로 돌아가노라.” 1885년 봄 북군 사령관 그랜트는 로버트 리 장군의 무장해제를 사면하고 그의 항복을 받았다. 이 행적은 그 후 한국 사관학교는 물론 세계 각국 사관학교의 군사학 교본에 하나의 아름다운 기사도의 본보기로 그 내용이 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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