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투표에 부쳐지는 주민발의안 37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몬산토나 듀폰과 같은 다국적 거대 기업들은 라디오, TV 광고에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 부으며 발의안 통과를 막으려 하고 있다.
주민발의안 37은 우리가 시장에서 사먹는 식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즉 유전자 조작(GMO) 농산물이 첨가되었을 경우 이를 라벨로 표시하라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소비자의 알 권리에 관한 법안이다.
GMO는 특정 생물체 속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기존의 생물체에 없던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만든 생물체이다. 예를 들어 메주콩에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넣고, 옥수수에 곤충을 죽이는 독소를 가진 박테리아를 넣음으로써 본래의 메주콩이나 옥수수와는 다른 변형된 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부들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종자개량과는 매우 다르다. 이렇게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을 재료로 가공한 식품을 ‘유전자 조작 식품’ 혹은 ‘GM 식품’이라 부른다. 이미 미국의 시장은 GMO 농산물(대두, 옥수수, 유채씨, 비트설탕, 면화 등)로 만들어진 간장, 식초, 두부, 카롤라유, 시리얼, 과자와 음료 같은 가공식품들로 넘쳐난다.
유기농 식품을 제외한 75%~85%의 가공식품은 GMO를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GMO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선진국인 미국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알림 표시 하나 없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자연식품인 양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지 개인적으로 믿기 어려웠다. 그런 의문은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한 책 ‘죽음의 기업, 몬산토’를 읽고 풀렸다.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야 할 연방식품의약국(FDA)이 몬산토와 같은 대기업들이 제출한 GMO 관련 자료만 검토한 채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민발의안 37이 통과되면 유전자변형 식품은 더 이상 천연식품인 것처럼 광고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천연식품과 GM 식품을 보다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연구소들의 자료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식품은 앨러지, 암 유발, 기형아 출산 등의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위험이 내재한 GM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 지, 그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과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50여 개 나라는 이미 유전자 조작 식품의 라벨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발의안 37의 통과는 미국의 안전한 식품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자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소비자의 알 권리 획득이다.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로서, 특히 성장기의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주민발의안 37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라벨 표시제를 통한 알 권리는 선택의 권리로 이어지고,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먹지 않는다면 농민들이 더는 재배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시장은 유전자조작식품 개발이나 유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부들은 이제 시장에 가서 장바구니에 무언가를 담기 전에 레이블을 읽어보는 습관을 기르자. 그리고 오늘 저녁 가족의 밥상에 올라가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짚어보자. 더 늦기 전에.
<이상경 주부·어바인 문화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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