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 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김사인(1956 - ) ‘늦가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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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한 사람을 훔쳐보고 있다. 나이는 불혹을 넘겼고 얼굴이 무너진 여자다. 한밤중에 깨어 머리를 감고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고 있다. 다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고단한 삶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다시 또 늦은 사랑에 주춤주춤 발을 옮겨보는 그 여자가 제발 행복하기를, 그녀의 오한이 덜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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