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가 되면 신문에서 특정(주로 진보적인)후보 헐뜯는 글을 자주 보는 것은 습관처럼 익숙해져 있지만 민경훈 논설위원의 “문재인의 문제”라는 제목의 글(11월 28일)은 그 정도가 좀 심하여 읽기에 매우 역겹다.
첫째, 한미 FTA 협상은 참여정부 시절 시작했지만 참여정부가 만든 FTA 원안은 한국이 유리하고 미국이 불리하다고 하여 미국이 거절하여 타결되지 않았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FTA 수정안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한국에겐 불리하기 때문에 문재인이 반대한 것은 당연하다. 사실이 이러한데 민경훈씨는 참여정부의 FTA 원안과 이명박 정부의 FTA 수정안이 똑같은 FTA인 것처럼 말하면서 FTA수정안을 반대한 문재인을 헐뜯었다.
둘째, 노무현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것은 해군기지 건설이 아니라 대형 크루즈 선박 등이 정박할 수 있는 민간항구를 건설하되 필요할 경우 군함도 기항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군함이 잠시 기항하는 민간항구와 해군기지가 어떻게 같은가?
셋째, 휴전선이 국경이 아닌 것처럼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남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군사 분계선일 뿐이다. 그것을 영토선이라고 우기는 것은 위헌이다. 왜냐하면 영토선이란 국경선이란 뜻인데 국경이란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선이고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을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연평도 포격사건은 참여정부가 채택한 10.4 성명을 이명박 정부가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10.4 성명에는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과 북측이 주장하는 남방한계선 사이의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이 평화수역에서는 남북한 어민들의 어로활동 등 평화적인 활동만 하게하고 군사훈련 등 일체의 군사 활동을 금지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 평화수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당시 북측에서는 물 한 방울이라도 북측에 튀어오면 포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데 이 경고를 이명박 정부는 무시했었다. 그래서 아까운 2명의 젊은 병사가 희생되었다. 꼭 군사훈련이 필요했다면 NLL과 뚝 떨어진 군산 앞바다나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실시했더라면 포격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다섯째, 헐뜯는 말 중에도 가장 일품은 폐족(廢族)이란 용어이다.
이 폐족이란 용어는 조선시대에 친가, 처가, 외가 등 3족을 멸족(滅族)시켜 왕에 대한 반역죄를 다스릴 때에 생겨났다. 지금의 민주당이 자신들을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다면 그것은 자신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이 아주 극심하다는 뜻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이 스스로를 폐족이라 했다고 하여 마치 참여정부의 실정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여섯째, 문재인이 “노무현의 비서실장을 한 것이 인생의 최대 실수”라고 한 말은 “노무현과 정치적 인연을 끊었어야 했다”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을 보필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부족한 점이 많은 자신이 보필했기 때문에 결국 노대통령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고 본다”라는 뜻이 담겨있는 겸손에서 우러난 말이다.
헐뜯는 것과 비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지만 헐뜯는 것은 올바른 선택에 방해가 될 뿐이다.
marx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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