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혈세 낭비’ ‘한식 세계화 좌초 위기’.. 2013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에서 들려오는 한식 세계화 사업 관련 말들이 참 심란하다. 한국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아 낸 감사 요구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창하게 시작했던 한식 세계화 사업의 ‘용두사미’를 점치는 부정적인 여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년간 769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명확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간 한식 세계화는 매년 예산철마다 논란이 일었다. 장기적인 로드맵과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 전시성 행사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당위성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잡음들은 한식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
비록 영부인이 가장 큰 얼굴로 내세워졌지만, 한식 세계화는 한국에서 움직인 수십억의 예산과 관계없이 애정을 쏟고 노력해온 이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인데도 말이다.
지난 한 해 한국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위해 집행한 예산은 219억원이다. 이 중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에 지원된 금액은 15만달러, 2억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인타운이 조성돼 있고 가장 많은 한식당이 영업하는 LA 지역의 지원금이 전체 예산의 1%도 못 미친다는 것이 아쉽다. 자국 음식의 세계화 사업을 수년 째 진행 중이며 성공사례로 꼽히는 태국정부의 지원금은 150만달러에 달한다는 사실과, 2011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무산되고 향방이 모호해진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예산 50억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한식세계화협회는 ‘주류사회에 한식 체험 기회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한식 도시락 제공 사업을 진행했다. LA 다저스와 올림픽 경찰서, LA시 검찰청에 총 500여개의 도시락이 제공됐다. 한국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고 메뉴 설명서에 적힌 이름과 재료를 실제 음식과 맞춰보고 추리해가며 즐겁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디저트로 나온 호박죽을 각종 소스로 활용하는 창의력도 인상적이었다. 다저스 구장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이런 맛있는 도시락을 파는 한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묻기도 했다. 행사의 성공으로 협회는 주류사회 기업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도시락 사업의 실행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창한 정책보다는 한식 세계화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식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한식요리학교 설립을 위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식 세계화는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한식을 세계화 할 의지가 있다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외 한식업계의 실무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한식을 알려나갈 수 있도록 현장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 듣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박지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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