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둔자
산속에 가만히 가부좌를 하고
별을 헤듯 돈을 센다
지적도를 보고 땅값을 계산 한다
구약을 조금씩 읽으면서도
돈을 센다
돈은 나를 센다
나는 은둔자
험한 욕을 입에 담고는
반성하며 돈을 센다
이웃의 더한 속물(*참고로 그는 정치를 한단다)에게
쌍욕을 해대고
멀쩡한 낯으로 거리를 나서서
평온한 거리를 어지럽힌다
다시 한차례 증오를 불사르고 나서 멀쩡한 낯으로
강단에 오른다
가증이 오고 가소로움이 온다
나에게 이렇게 많은 죄가 쌓이니
봄이 밀리듯 죄가 밀리니
씻을 길이 없다
나는 은둔자
…후략…
장석남 (1965- ) ‘은둔자’ 일부
누구일까. 밀실에 홀로 앉아 돈을 세는 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땅값을 계산하는 이 사람은. 성경을 읽고 욕을 하며 싸움을 하는 ‘나’라는 이는 누구일까. 세간에 소문난 일수업자일까, 전당포 주인일까. 아니다. 그는 저명한 교수이거나 종교인이거나 문인이다. 그런‘ 나’는 고리대금업자보다 가증하고 가소롭다. 명예와 권세의 뒷전에서 은밀히 황금을 신봉하는 이들과 그보다도 못한 정치인들에 대한 반성과 경고가 신랄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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