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벽, 골목과 골목, 허공과 허공, 막다른 사이에는 언제나 그가 서 있다.
그는 빛과 예언이며, 또한 어둠과 상처였으니, 모든 기도는 그를 통해 전송되었지만, 그로 인해 혼선도 빚어졌다. 일용할 양식과 일자리를 구해주기도 하였지만, 장기매매와 성매매를 주선하기도 했다. 길 잃은 아이를 찾아주기도 하였지만, 아이의 가출을 부추기기도 했다.
취한 자나 떠돌이 개가 오줌을 갈길 수도 있겠지만, 그는 여전히 막다른 곳에서 막다른 자에게 신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박제영(1966- ) ‘전봇대’ 전문
전봇대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교환하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편리한 문명의 도구이다. 그러나 편리는 저변에서 악을 키운다. 빛이 밝을수록 어둠 또한 깊다. 문명이라는 바벨탑의 그늘에서 소외된 몇몇이 저주하며 오줌을 갈긴다 하여도 탑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어쩔 것인가, 문명의 이기를 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대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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