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참새 서너 마리가
봉제공장 안에까지 날아와서
포르록거리고 있다
우리 눈에도 보이지 않는
빈 틈바구니를 뚫고 요새 같은 이 안에까지
어떻게 날아올 수 있었을까
여기저기 여공들이 떨어뜨려 놓은
음식부스러기를 열심히 쪼고 있다
해와 바람과 용이 춤추는 나뭇가지 위
하늘의 둥지보다도
아름다운 지상의 꽃보다도
인간의 말소리가 더러는 그리운 모양이다
미싱을 밟으면서 날마다 눈물 흘리는
내 누이들의 눈물이 그리운 모양이다
기실은 음식부스러기를 쪼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인간의 슬픔을 부리로 쪼아 줍고 있다
그리고는 그 슬픔을 보드랍고 따스한 새털가슴에
끌어안아 그윽이 품고 있다
천사 여럿이 포르륵거리고 있다
배정웅 (1941- )
‘봉제공장 안에까지 날아온 참새’ 전문
봉제공장 안으로 참새 몇 마리가 날아들었다. 여공들이 떨어뜨린 음식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러 찾아든 게다. 하지만 시인은 새들이 천사라고 생각한다. 지친 여공들에게 바람과 나무와 햇살의 향기를 전하려고 찾아온 천사의 새들. 그 작고 보드라운 생명들이 포르륵거리며 슬픔의 먹이를 쪼는 것을 바라보며 여공들은 잠시나마 이민살이의 아픔을 잊었을 것이다. 마음의 눈을 열어 바라보는 이에게 천사는 이렇게 지천인가 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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