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 감퇴·불안감·자살충동 시달려 일조량 변화 탓 등 추정 원인 안밝혀져
전체 미국인의 1%가량은 기분장애의 일종인 여름 우울증에 시달린다.
‘ 여름앓이’ 미국인 1% 정도 추정
계절을 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봄은 여성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는‘풍설’도 나돈다. 보드라운 봄의 훈풍은 여성적인 이미지, 시원한 가을바람은 남성적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는얘긴지 모르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반면 여름을 타는 사람은 분명 있다. 이른바‘여름 우울증’환자들이다. 여름과 관련된 이미지는 밝고 활기차며 강렬하다. 눈부신 백사장과 쪽빛 바다, 피크닉과 바비큐, 따가운 햇살로 충만한 기나긴낮이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 명사다. 여기에 우울증을 연상시키는 구석은 없다. 그러나 본격적인여름이 시작되면 뭔지 모를 불안감과 기분이 수면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는 듯한 우울증, 도대체 만사에 의욕이 나지 않은 무기력감과 노곤함에 진저리를 치는 미국인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볼티모어 출신의 은퇴 언론인 엘리스 한콕(68)도 그 중 한 명이다.
한콕은 15세 되던 해부터 계절적우울증 증후군, 다시 말해‘ 기분장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반세기 이상을‘여름앓이’를 해온 셈이다. 50여년 전만해도 여름 우울증이라는 병명은 의학 보고서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콕은 여름철이 돌아오면어김없이 기억력 감퇴와 업무 생산성감소현상을 겪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깜빡이 꼬마전구처럼 기억이들락거렸다. 게다가 일이 손에 잡히지않아 평소 같으면 간단히 끝낼 기사를 몇 시간씩 붙들고 있기 일쑤였다.
또 강렬한 햇빛에 몇 시간 노출된후에는 최소한 2~3일이 지나야만 원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한콕은 여름철 내내 “무기력감과멍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마치 지독한 시차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에도 간혹 비슷한 증상을 느낄때가 있지만 여름철만큼 정기적으로찾아오지 않을 뿐더러 느낌의 정도역시 훨씬 덜하다.
한콕은 겨울철은 물론 여름철에도‘계절 우울증’을 앓는 소수집단에 속한다.
여름과 겨울을 우울하게 보내는 탓인지 봄과 가을에는 눈에 띌 만큼 활기가 돈다. 일 년 가운데 약 6주는 만사가 쉽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은무엇이건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름과 겨울에는 설거지를 하려고벼르고 벼르다 끝내 못하는 경우가많지만 봄과 가을에는 일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끝’이다.
계절과 연결된 우울증의 의학적 병명은 ‘계절성 우울증’이다. 병명을 이루는 3개 단어의 머리글자를 조합해SAD라고도 부른다.
‘겨울병’으로 알려진 겨울철 우울증은 전체 미국인의 2~10%가량에게서나타난다. 이에 비해 여름철 우울증을앓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 미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증상을 앓는정확한 인구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증상만은 딱 부러지게 확실하다는 게 계절성 장애 권위자이자 정신병 치료에 일광요법을 사용해 명성을얻은 예일 대학의 심리학 부교수 댄오렌 박사의 설명이다.
계절성 우울증에 관한 지식이 조금씩 축적되어 가면서 연구원들은 햇빛과 낮의 길이에 관해 일부 놀라운 발견을 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새로 드러난사실이 전통적 우울증을 촉발시키는원인 규명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 심리과 임상교수인 노만 로젠탈 박사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에 관여하는 일부 요인들은 이 병을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더위와 여름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노루꼬리처럼 짧아진 겨울철의 낮시간 때문에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와 정반대로 여름의 강렬한 더위와 밝은 햇살, 긴 낮 시간으로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여름철 우울증을 초래하는 원인을 잡아내지 못했지만 낮의 길이, 빛의 광도, 서머타임으로 어긋난 시간 등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로젠탈 박사는 여름철 우울증은 세부류로 나누어진다고 말한다. 즉 여름에만 우울증상이 나타나는 사람, 여름과 겨울 모두 증상을 보이는 사람, 여름 우울증과 여름 광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환자 등이다.
겨울철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종종늦잠을 자고 과식을 하며 체중이 늘어나고 무기력증을 일으키곤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름 우울증 환자는 심한 불안감과 성가심,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에 시달리며 곧잘 슬픔에빠져들곤 한다.
불안한 마음이 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로젠탈 박사에 따르면 여름 우울증환자는 겨울 우울증 환자에 비해 자살충동에 빠질 위험이 높다.
그는 일광요법을 이용해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이 보여준 패턴과 1991년‘기분장애 저널’에 게재된 연구 논문의 내용을 비교해 본 결과 둘이 서로비슷한 추세를 나티냈다고 밝혔다.
로젠탈 박사는 기분 장애의 경우“슬픔과 우울증이 활성화된 기분과조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위험한 콤비네이션”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여름철에성폭력이 최고조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로젠탈 박사는 1993년 ‘미 심리학저널’에 게재된 보고서와 후속 연구결과 가정폭력도 여름철 석 달 동안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는 계절이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여름철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은 더위와 밝은 햇빛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대단히 귀중한 정보를제공한다.
로젠탈 박사는 여름 우울증이 확진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낮은 정도의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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