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생 30% ‘컨닝’… 첫 시도 갈수록 어려져 학교보다 부모의 현명하고 단호한 대처 중요 숙제 대신 해주는 등 과잉보호는 오히려 독
시험 부정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진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죄의식이 더욱 옅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행위가 청소년 이상만의‘전유물’은 아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3분의1이 부정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 연령이 입학 연령대인 5~6세 까지로 낮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부정행위에 대한 대책은 학교보다는 부모의 현명한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저지의 라이나 아반트는 최근 초등하교 다니는 딸의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딸아이 케이시가 시험중 부정행위로 적발됐다는 것이다. 아반트는 깜짝 놀랐다. “정말? 겨우 8살인데...” 아반트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화는 아반트만이 받는 것은 아니다. 매 시험철 때면 많은 초등학교 부모들이 학교로부터 이와 유사한 전화를 받는다.
어린이들로서는 교실에서 옳고 그름의 한계가 애매모호하다. 특히 뇌가 아직 발달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도덕적 판단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다. 많은 부모들은 이런 문제로 전화를 받으면 과민 반응을 보이거나 어린 자녀들의 행동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나이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2살반부터 4살 사이에 이미 다른 어린이를 밀치거나 때리고, 놀리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 같은 일들을 학교에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1~2학년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며 스몰 그룹별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나누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험이나 숙제는 “혼자 해야 되는 것”라는 것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과의 린 앤더맨 교수는 “7살짜리에게 무엇이든 협력해서 하라고 해놓고는 시험은 혼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자연히 혼란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학년3학년이 되면 주정부에서 실시하는 학력평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험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뿐 만아니라 대부분의 학교가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을 기쁘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돼 부정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공부를 잘 못하거나 학습 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은 더욱 더 그렇다. 2010년 189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근거로 심리학회지에 발표된 한 논문은 충동 통제가 잘 안되는 어린이들이 더 부정행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의 과잉 보호가 부정행위를 묵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녀들이 스포츠나 기타 과외활동에 바빠 숙제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부모가 대신 도와준다면 오히려 자녀들에게 부정행위도 용인될 수 있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줄 수 있게 된다.
케네스 쇼어 심리학자는 “자녀들이 과외활동으로 쫓겨 숙제 할 시간이 없게 되면 오히려 부모들이 더 안달이 나게 된다”면서 “과학 숙제를 해주고 에세이 문장을 읽어주거나 직접 타이핑까지 해주게 되면 시간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 숙제를 도와줘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5학년5학년이 되면 급우 간에 부정행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나이다.
전국 초등학교교장협회 마크 테리 회장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답이 뭐냐고 묻는데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친구들 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런 때는 부모의 핑계를 대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래 내가 너에게 말해줄 수는 있는데 아빠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셀폰을 교실에 가져오게 하는 학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 역시 어린이들에게 텍스트 메시지나 사진 또는 예상 문제를 저장해 두는 것과 같은 또다른 부정행위를 기회를 늘려주는 결과가 된다.
뉴욕 헵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의 킴벌리 길버트 심리학 교수는 “5학년생 대부분이 인터넷에 나오는 문구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부정행위라고 알고 있지만 얼마나 인용해야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 30% 부정행위1999년에 발표돼 아직도 많이 인용되는 한 보고서는 익명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초등학생 30%가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앤더슨 교수는 “특히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면서 3명당 1명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물론 부정행위는 더욱 더 심해진다.
2012년 LA지역 2만3,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51%가 부정행위를 인정했고 고등학생은 74%로 그 숫자가 껑충 뛰었다.
■부모 교육이 중요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부정행위 자체뿐 아니라 어린이 나이에 주변 친구들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단호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 줘야 한다.
쇼어 교수는 학교에서 자녀들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우선 ‘심호흡’부터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자녀들에게 “매우 실망스럽다. 부정행위를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부모들은 교사나 교장을 만나 자녀들이 무엇 때문에 또는 어떤 스트레스 때문에 부정행위를 했는지를 찾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17·20·21세의 3형제를 키운 리사 엔들리치 허프만은 “초등학교 때부터 부정행위는 거짓말과 같다는 것임을 강조하며 옳고 그름을 교육했다”면서 “아들들에게 부정행위와 성적이 나쁜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D’를 받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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