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빙하 시추(NEEM) 프로젝트팀의 캠프가 위치한 북극 인근 그린란드의 하늘은 정말로 신기하다. 한밤중에 해가 뜨는가 하면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라 불리는 미세한 얼음 결정 구름이 낮게 깔려 반짝인다.
14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NEEM에서 미국 팀의 수장을 맡은 콜로라도대학 고기후학자 제임스 화이트 박사에 따르면 작년 여름에는 눈 대신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 위도에서 비가 내리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어요. 직접 보면서도 눈을 의심했다니까요.”NEEM팀은 이곳에서 속이 비어있는 원통형 드릴로 빙하를 2.5㎞ 깊이까지 뚫어 13만년 전 엠 간빙기 때 만들어진 얼음을 꺼내 연구한다.
이 빙하 코어(ice core)에는 1만5,000년 동안 이어진 엠 간빙기의 온난한 기후 정보가 담겨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진 미래에 지구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미리 파악할 훌륭한 자료가 된다.엠 간빙기 당시 지구 공전 궤도가 변해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지구 온도가 크게 상승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직전의 기후와 비교해도 최대 2℃나 뜨거웠으며, 북극의 기온은 지금보다 3~5℃나 높았다.
문제는 이미 북극 기온이 1980년대 초 이래 2℃나 높아졌다는 것. 21세기말이 되면 엠 간빙기 시절만큼 따뜻해질 전망이다. 엠 간빙기가 지구온난화 연구에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엠 간빙기가 오늘날 인류가 우려하는 상황과 동일한 것이다.과거 해안과 산호초가 있었던 지역에 더해 빙하 코어 속 고기후적 증거들을 연구한 결과, 엠 간빙기 시절의 해수면 높이는 현재보다 8m나 높았다. LA, 뉴욕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해안 도시들이 당시 물속에 있었다는 얘기다.물론 엠 간빙기 때 극지의 빙하는 수천 년에 걸쳐 녹았다.
향후 100년 내 해수면이 8m나 올라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제적 노력과는 상관없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다수 과학자들의 분석이 맞는다고 해도 말이다. NEEM팀이 채굴한 빙하 코어에는 나이테처럼 층층이 테두리가 있다. 매년 새로운 눈이 쌓여 얼어붙으면서 생긴 자국이다.
연구팀은 각 층의 화학성분을 분석, 당대의 대기온도와 빙하의 높이를 계산했는데 이 데이터를 통해 정말 중요한 정보가 확인됐다. 기존 기후모델에서는 엠 간빙기 중 가장 기온이 높았던 시기에 그린란드 빙하의 절반이 사라졌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빙하 코어 연구 결과로는 25%만 녹았다는 점이다.
현재 미래의 기후과학과 기후정책을 이끌 지침서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의 평가보고서다. 2007년의 4차 보고서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최대 6.4℃, 해수면은 18~59㎝의 상승을 예견했다.
하지만 슈미트 박사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불충분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정확한 예측이라 폄하한다. 불과 5년 전까지도 빙하 코어 모델링의 정확도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올 9월 발표될 최신 5차 보고서는 훨씬 정확할 예측이 담길 것이다. 향후 100년간의 해수면 상승 예측치는 기존 예측을 뛰어넘을 게 자명하다. 이는 불편한 진실일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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