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미 성인 흡연률 18%·캘리포니아는 12%로‘뚝’ 값 인상, 사무실·식당 금연구역 설정이 가장 효과 영화 속 흡연장면 축소도 젊은층 담배 멀리하게 해
미국 성인의 흡연율이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연법과 담배세, 미디어 캠페인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 떨어지는 흡연률성공요인은 뭘까
미국 성인의 흡연율이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연법과 담배세, 미디어 캠페인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영화에서 흡연 장면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모방심이 강한 젊은이들의 흡연율을 줄이는데 손을 보탰다. 지난주 공개된 국립건강통계학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의 성인 흡연율은 2011년의 18.9%에서 18%로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첫 번째 성인 흡연율 감소는 1997년에서 2005년 사이에 발생했다. 1997년 당시 24.7%에 달했던 흡연인구 비중은 2005년 20.9%로 큰 폭으로 위축됐다. 이어 2009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금연 밀물’은 2012년까지 지속되면서 흡연율을 20.6%에서 18%로 끌어내렸다.
UCSF의 의과대 교수인 스탠턴 글랜츠 박사는 “미국의 성인 흡연율이 ‘마의 벽’에 해당하는 20% 선 아래로 내려섰다는 사실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번 자료는 제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골초 그룹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금연을 연구한 의사와 전문가들은 이번 흡연율 하락에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글랜츠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금연에 기여하는 요인과 그렇지 못한 요인에 대한 강력한 증거 베이스(evidence base)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별 효과가 없다. 어차피 학교는 사회적 규범을 바꾸기에 적합지 않은 장소다.
반면 담배업계의 판촉 노력을 알려주는 것은 대단히 큰 효과를 낸다.
담배 회사들이 수익과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죽음의 연기’를 어떻게 포장해 판매하는가를 들려주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열을 받는다.
업계가 ‘사익’을 위해 ‘공익’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고 인식과 자각은 금연운동 확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글랜츠 박사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담배업계에 비호감을 갖고 있는 흡연자의 금연 가능성은 약 다섯 배가 늘어난다”고 소개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 클리닉의 교수인 리차드 허트 박사는 담배 값 인상과 직장내 금연구역 설정이라는 두 건의 공공정책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팍팍한 금연정책이 시행된 이후 온종일 줄담배를 피워대던 골초들도 어쩔 수 없이 흡연량을 줄였다.
거의 모든 사무실과 식당은 물론 주점까지 금연지역으로 지정되는 통에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마땅한 흡연 공간이 사라졌다. 금연 건물 입구로 부터 20피트 이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등 실외 흡연에도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결국 흡연자들은 담배를 줄이든가 아예 끊어버려야 하는 고통스런 결단을 강요받게 된다.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우려 뻔질나게 자리를 비우는 것은 ‘목’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행동이다. 끽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밥줄을 담보로 잡히는 것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아무래도 책임 있는 가장이 할 짓이 못된다.
이 때문에 평소 줄담배를 피우던 골초들도 최소한 하루 두 세 개비를 덜 피우게 된다. ‘억지 춘향’이라고는 하지만 어쨌건 이렇게 담배를 줄이게 되면 언젠가 ‘완전 금연’에 성공할 확률 역시 높아진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금지를 지켜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담배를 살만한 여유도 없지만 흡연에 대한 환상을 키우지 않는다.
구차하게 이리저리 눈치를 살펴야 하는 흡연은 모방하고 따라가야 할 근사한 사회적 규범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미성년자가 담배에 손을 댈 기회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흡연율은 12% 정도다. 이제까지 나타난 패턴에 의하면 전체적인 흡연율이 떨어질 경우 뒤에 남은 애연가와 골초들은 담배를 서서히 줄이게 된다.
뉴욕의 흡연율도 최근 14%까지 떨어졌다. 이 곳의 흡연인구를 줄인 주된 요인은 호되게 비싼 담배 값이다.
뉴욕에서 담배 한 갑을 사려면 1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맨해튼 소재 세인트루크스-루즈벨트 하스피틀 센터에서 마가리타캄체 금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매리 오설리반 박사는 “우리 병원에서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마저 흡연욕이 발동할 경우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고 전했다. 뉴욕에서는 공원에서의 흡연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워싱턴 유니버시티 의과대학의 심리학 부교수 리처드 그루차 박사는 연방정부가 2009년 담배세를 갑당 62센트 인상한 것과 실내흡연, 담배 자판기, 판촉용 공짜 담배 배포 행위 등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 흡연율 하락에 단단히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갑 당 담배 개비 수가 20개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한 것 역시 흡연율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됐다. 갑당 10개 들이 담배의 시판을 허용할 경우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시행된 조치다.
지난해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시작한 ‘왕년의 골초로부터의 귀띔(Tips From Former Smokers)’을 비롯, 흡연과 관련된 끔찍한 사진을 앞세운 광고 캠페인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흡연 장면 축소도 담배를 멀리하도록 소비자들을 설득하는데 효과를 보였다.
영화 속 흡연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해 ‘따라 하기’를 유발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나온 PG-13 영화에서는 흡연 장면이 대부분 사라졌다.
젊은층의 흡연율은 지난 10년 사이 더디지만 꾸준한 속도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나온 자료에 따르면 고교생 흡연율은 15.8%, 중학생 흡연률은 4.3%다.
미 가정의 아카데미의 회장 내정자인 라이드 블랙웰더 박사는 흡연율 감소추세에 대해 “소비자들이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건강위험 요인이라는 메시지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반면 금연 방법을 찾기가 이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고 흡연 관련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 등이 한데 합쳐지면서 흡연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고한 의지가 있고 동기부여가 이뤄진 상태라면 처방약과 카운슬링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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