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기능 다양하지만“만족감 저하”이유 기피 사용률 10%로 올리면 AIDS 확산방지 큰 효과 정력보강·착용감 없는‘차세대 제품’개발 심혈
■ 이용자 전 세계 성인 5%에 불과
최신형 콘돔에는 향기가 있다. 개량형 콘돔은 라텍스 고무냄새 대신 아일랜드 펀치나 바나나 스플릿, 버블 검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가 하면‘착용’후 20분간 진동을 일으키는 콘돔 링과 어둠 속에서 30분간 환하게 빛을 내뿜는 야광 콘돔도 있다. 온라인콘돔 전문판매점인 콘도매니아(Condomania)를 방문하면 다양하기 그지없는‘유명인콘돔’도 구경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오바마 콘돔’이다. 불경스럽게도 이 콘돔의 표면에는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든 대통령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콘돔에 자신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설사 대통령이‘안전한 섹스’라는 대의명분에 밀려 콘돔판촉에 직접 나선다 해도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남성이 콘돔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남성의 콘돔 기피 경향은 공중건강에 심각하면서도 만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콘돔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유발하는HIV 바이러스와 매독, 임질 등의 성병을 막아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다. 따라서 만연된 콘돔기피증을 극복하는 것은 공중건강의 관점에서보면 대단히 중요한 과업이다.
바로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이 콘돔 전도사를 저처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가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재단은 현재 관련 업체들로부터‘ 차세대 콘돔’ 디자인을 출품 받고 있다.
이들을 심사해 올해 가을 우승자에게 1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고 최고 100만 달러의 생산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제까지 출품된‘ 작품’은 약 500개 정도로 예상보다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 수 년 동안 최고의 콘돔을 개발하기 위해열과 성을 다했다는 캘리포니아 가정건강위원회부위원장 론 프레지에레스는 아직까지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자신의 작품을 내놓지는 못했지만남성이 어떤 콘돔을 원하는지는 확실하게 파악했다고 자부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은 착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콘돔을 원한다. 거기에 보태 성병예방 이외의 “다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착한제품’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단서가 첨가된다.
톡 까놓고 말하면 성관계 때 성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기능이 추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거추장스런” 콘돔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남성이 공유하는뿌리 깊은‘ 신념’이다.
콘돔 사용인구는 전 세계 성인 남성의 5%에불과하다. 반면 HIV 신규 감염자는 연평균 250만 명을 헤아린다. 건강전문가들은 콘돔 사용비율을 최소한 10%로 끌어올려야 HIV 감염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의 프로그램 오피서인 스티븐 워드는 “남성들이 콘돔을 기피하는 가장 큰이유는 성적 쾌감 감소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성적 괘감을 강화해주는 ‘도우미’ 콘돔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이용률을 현재 수준의 두배로 끌어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게 그의지론이다.
‘게이츠 앤 멜린다 파운데이션’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콘돔 디자인 심사를 하게 될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프레지에레스의 평가를 빌리자면 기존 제품들은 “비옷을 입고 샤워하는 것 같은 거추장스런느낌‘”을 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몰라서 그렇지 쾌감을 높여주고 거북한 착용감을 줄여주는 시제품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중 하나는 화끈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루브리컨트(윤활유)를 방출한다. 이 콘돔이 자극효과를 지닌 것은 인정되지만‘ 전문가’인 테리 월쉬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콘돔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루증 환자다. 한 겹의‘ 장막’을 덧씌워 조기 사정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남성이 루브리컨트 콘돔을 반겨할 리 없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또 하나의 콘돔은 ‘칙칙이’다‘. 몸’에 특수 스프레이를 뿌려 거북살스런착용감을 완전히 제거하는 획기적 방식이다.
앞뒤를 두 구분하지 못해 거꾸로 착용할 염려도 없다. 하지만 역시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다른 것은 다 좋은 데 정액을 받아낼 공간이없다. 다시 말해 콘돔의 기본기능조차 수행하지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다. 구관이 명관‘이라는말은 콘돔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샤워용 캡에서 따온 콘돔도 있다. 착용범위를최소화해 귀두에만 모자처럼 씌운다는 뜻에서이름도 햇(Hat)이다. 이 콘돔의 문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행위 중 쉽게 벗겨진다는 점이다.
유엔인구기금(UNPF)의 HIV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콘돔 여제’ 비디아 디퍼테스는‘환희의 고리’를 뜻하는 ‘링 오브 블리스’ 콘돔링에 관심이 많다. 사용자의 성적 쾌감을 키워주기 때문에 제대로 소개만 된다면 상당한 효과를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남성 전문가들은“ 내장 배터리 수명이 20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해 짓궂게 반박한다“. 20분이면당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비디아의 걸쭉한촌평에 남성 동료들은 꼬리를 내린다.
기술외적 문제도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남성의 콘돔 거부감이 유난히 강하기 때문에 피임을원하는 여성은 직접 콘돔을 챙겨 남편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대부분의 개도국에서 콘돔을 들고 다니는 여성은 창녀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을 타겟으로 할 경우 표시가 전혀나지 않는 외양과 포장이 중요하다.
세심한 비디아는 콘돔 사이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 인종적 차이가 있기때문에 같은 갑 속에 서로 다른 사이즈의 콘돔을섞어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콘돔 사용 확대는간단치 않은 프로젝트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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