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3D 프린터의 개발과 보급을 바라보며 기껏해야 DIY 마니아를 위한 부품 제조기, 혹은 부러진 머그컵 손잡이를 만드는 기계 정도로 여겼나? 그랬다면 오산이다. 3D 프린터의 잠재력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3D 프린터가 우리의 삶에 미칠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할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3D 프린터로 실제 발사와 살상이 가능한 권총이 제작된 것. 게다가 그 설계도가 인터넷에 공개되기까지 했다. 3D 프린터로 인한 미래 혁명은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제품 생산의 민주화3D 프린터는 디지털 모델을 사용해 고형소재를 가지고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잉크젯 프린터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원료를 분사해 한 겹씩 적층해나간다는 이유로 3D 프린터라는 이름이 붙었다.물론 인간은 3D 프린터가 존재하기 이전에도 고형소재로 입체물을 제작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작 기법은 소재를 절삭하고, 구멍을 뚫는 등 조각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탓에 숙련된 기술이 없다면 제대로 된 입체물의 제작이 매우 어려웠다.반면 3D 프린터는 잉크 역할을 하는 원료 소재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든 3차원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라도, 어떤 형태의 물건이라도 제작이 가능하다.
그것이 심지어 어린이일지라도.이러한 3D 프린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1년 일본 나고야시 공업연구소의 연구자였던 고다마 히데오가 원시적인 3D 프린팅 기법으로 최초의 입체물을 제작했다.
현대적 개념의 3D 프린터에 대한 기술적 기반을 확립한 인물은 미국의 연구자 찰스 헐이다. 그는 1984년 스테레오리소그래피(stereolithography)라는 입체 모델링 인쇄 기법을 창안, 1986년 특허를 획득했다. 그 후로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웬만한 방 하나 크기에 달했던 3D 프린터가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됐다. 활용 분야도 보석, 제화, 산업디자인, 건축, 엔지니어링, 건설, 자동차, 항공우주, 치의료, 교육, 지리, 토목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돼 있다.3D 프린터의 최대 장점은 기존 생산방식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신속·정확한 제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3D프린터를 활용하면 각각의 부품을 별도로 만들어서 제작해야 했던 물건도 아예 조립된 상태로 인쇄할 수 있다.
너무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어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만들었었던 부품도 마찬가지다. 그에 맞는 설계도만 확보한다면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적층 인쇄라는 점을 이용해 하나의 부품이 여러 색상을 가지도록 만들 수도, 여러 소재로 하나의 부품을 만들 수도 있다. 조립식 프라모델을 가지고 설명한다면 3D 프린팅의 효율성을 더욱 알기 쉽다.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프라모델은 부품을 일일이 떼어내서, 다듬고, 본드로 붙여서, 스티커를 붙이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지만 3D 프린터는 조립도, 스티커도 없이 완성품 프라모델을 인쇄해낼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모든 장점은 아직 제조라인이 구축되지 않아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야하는 시제품을 제작할 때 두드러진다.
덕분에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정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물론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단연 제품 생산의 ‘민주화’다. 아직은 모든 물건을 제작할 수는 없지만 이론상 3D프린터는 금형이나 선반, 밀링 머신 같은 값비싼 공작 기계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가능과 불가능이 아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3D 프린터가 열어줄 미래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워낙 방대한 만큼 현 단계에서 3D 프린터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3D 프린터가 진화해 나갈 방향은 대략적이나마 추정이 가능하다. 우선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체의 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산업용 제품으로 사용해도 무방한 수준까지 다다를 것이다. 지금도 이미 3D 프린터로 제작된 부품이 항공기에 쓰이고 있는 상태며 자동차, 군수품, 전자기기 등에도 3D 프린터 부품의 적용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또한 최근 들어 3D 프린팅 된 제품들은 인명을 구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뼈 임플란트, 의수족, 교정기구 등의 의료기기가 그 실례다. 원래 인체는 기계와 달리 사람마다 체격과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점에서 환자의 신체를 3D 스캔한 데이터를 토대로 의료기구를 프린팅하면 개별 환자에게 맞춤화된 제품을 저렴하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인체의 세포를 가지고 3D 프린터로 연조직을 인쇄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머지 않아 3D 프린터가 만든 동맥과 정맥이 수술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언젠가는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인공장기를 이식받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파퓰러 사이언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