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장취재 LA경찰국 다운타운 911 신고센터
▶ 300여 요원 3교대 근무 신고 위치·신분 추적 범죄-의료 따라 처리 “장난전화 가장 힘들어”
모란 김 대원
LA 경찰국의 긴급신고를 처리하는 사령탑인 커뮤니니케이션터의‘911신고처리센터’ 전경. 100여명의 요원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911신고 전화를 접수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어머니가 쓰러졌어요. 스토로크를 맞으신 것 같아요 급합니다. 빨리 앰뷸런스를 보내주세요. 빨리요”LA 경찰국의 911 센터에 9일 오전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 여인의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911 신고센터의 한인 모란 김 대원(32)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일단 진정하세요. 바로 소방국 앰뷸런스 디스패치로 연결하겠습니다”고 말한 김 대원은 바로 소방국 디스패치 센터로 전화를 연결했다. 디스패치 센터의 요원이 이 여인의 신고를 접수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20초. 신고를 접수한 소방국은 곧바로 앰뷸런스를 출동시켰고 한인타운 3가와 라파예트 플레이스 인근 아파트까지 앰뷸런스가 도착하기까지는 불과 수 분도 걸리지 않았다.
9일 본보에 특별취재가 허용된 LA 다운타운의 LA 경찰국의 911 신고센터는 하루 종일 이처럼 급박한 상황이 매시간 벌어지고 있었다.
본보 취재진이 이날 1시간30분간 신고센터에 머무는 동안 911 긴급 전화벨은 쉬지 않고 울려댔다. 300여명의 요원들은 하루 3차례 교대근무를 하면서 모든 신고전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처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각종 첨단 시스템과 한 시간도 무전기를 놓지 않는 ‘디스패처’(dispatcher) 대원들의 신속성, 그리고 이와 연계된 경찰의 신속한 출동시간은 LA시가 지난 10여년 간 계속해서 범죄율을 줄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911 신고센터는 LA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984년 설치됐다. 911 신고라인 시스템도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다운타운 구 경찰국 건물 ‘파커센터’ 옆에 위치한 ‘LAPD 커뮤니케이션 센터’ 내에 911 신고센터의 수십여대의 신고대가 들어서 있다. 대원 한 명당 6개의 각종 첨단 모니터가 동시에 작동된다. 하루 24시간 연중무휴 손을 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서만 연간 400여만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처리된다. 하루 1만1,000여개에 달하는 신고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는 셈이다. 요원 한 사람이 소화하는 신고 수는 8,000여통에 달한다.
이 중 230만건의 신고는 경찰이나 소방대원이 신속히 출동해야 하는 긴급 신고.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요원들은 신고가 들어올 경우 30초 내에 긴급 상황 여부를 판단, 처리해야 한다. 범죄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인근 경찰요원에게 무전, 혹은 문자를 통해 전달, 단 수 십초 내에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다.
긴급 의료관련 상황이라면 곧바로 소방국 디스패치 센터로 연결된다. 의료관련 신고도 범죄에 관련된 사건이면 바로 인근 경찰에게 전달된다.
김 대원은 “그렇기에 방심할 수 없다”며 “의료관련 전화면 끝까지 들어야 한다. 소방국 요원들과 대화 중 ‘총에 맞았다’ ‘칼에 찔렸다’란 대화가 오가면 바로 인근 경찰에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가 일반전화를 통해 접수되면 요원의 컴퓨터 스크린에 주소, 이름, 전화번호, 지도가 바로 뜬다. 셀폰일 경우에는 레이더 방식으로 50야드 인근이 즉시 추적된다. 하지만 정확한 주소 파악을 위해 대원들은 신고자에게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 이름 등을 수시로 확인한다. 대니얼 힐 대원은 “일반전화, 셀폰을 막론하고 신고 때에는 정확한 주소, 전화번호를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원들은 가장 힘들 때가 바로 장난전화라고 말했다. 이날도 다운타운 모처에서 한 남성이 수십초 간격으로 5~6통의 전화를 해대며 ‘횡설수설’했지만 결국 장난전화였다. 김 대원은 “신고 100건 중 30~40건은 장난전화”라며 “이로 인해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비된다”고 말했다.
긴급상황이 아닌 신고전화도 요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힐 대원은 “비 긴급상황이라면 별도의 라인(877-ASK-LAPD)으로 전화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많은 자원이 절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LA 경찰국은 911 신고센터를 다운타운과 밸리 지역 두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운타운 신고센터는 1920년대에 생긴 이래 지난 90여년간 LA 주민들의 크고 작은 사건 신고를 담당했다. 수동으로 신고를 접수하던 시스템은 1984년 현재의 CAD(Computer Aided Dispatch) 시스템이 구축됐다. 다운타운 센터는 지난 2003년 현재 장소로 옮겨졌다.
다운타운과 밸리 지역 통틀어 500여명의 대원들이 오전, 오후, 밤 등 총 3번의 교대조로 운영된다. 한국어 구사 대원은 두 곳 통틀어 5명. 이들 대원이 없는 교대조일 경우 사설 통역업체로 바로 그 자리에서 신고가 연계돼 한국어 신고가 가능하다. ‘코리안’이라고만 말하면 된다는 것이 대원들의 설명이다. 한인 대원 확보가 필요하나 현재 예산난으로 인해 대원 추가모집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힐 대원은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면 모집공고가 나갈 것이다. 웹사이트(www.lacity.org)를 수시로 체크, 한인들도 적극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한인 디스패처 모란 김 대원
“누군가 돕는 일 보람… 한국어 신고 24시간 가능”
“긴박한 상황에서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죠. 한인분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다운타운 LAPD 911 센터 내 한인 디스패처(dispatcher) 모란 김(사진·32)대원은 신속정확을 요구하는 이 곳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 대원은 “다른 직종에 비해 디스패처 직은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직접 도울 수 있다”며 “보이지는 않지만 현장에 있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보람 중의 보람”이라고 말한다.
5세 때 남가주로 이민 온 뒤 글렌데일에서 자라 칼스테이트LA에서 범죄학을 전공한 김씨가 이곳에서 일한지는 6년. LA 경찰국에 지원하려 했으나 마음을 바꿔 디스패처직을 지원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현장에서 총격사건, 칼부림 사건 등 긴급한 상황을 접하면 감정적으로 이입돼 힘들었다”며 “지금은 헤드폰을 떼고 퇴근하면 모든 것을 잊을만큼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노약자, 어린이들이 다치는 상황을 맞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인들의 신고가 적은 편”이라며 “언어 때문에 신고를 힘들어 하시는데 한국어로 신고접수가 가능하기에 언제라도 긴급상황이 생기면 911로 신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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