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들‘ 조기진단율 제고’ 고심
▶ 많은 사람들이‘건강의 나쁜 소식’꺼려 빨리 발견·치료 땐 가능한 생명연장 실패 두려움의 실체 곰곰이 생각할 시간 주면 되레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사고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료검사를 꺼려한다‘. 혹시나’가‘역시나’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싶 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진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셈이다. 검사를 받고 싶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애써 외면하 려 드는 환자에게 명상기법은 일차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 웬만한 가정의 주치의는 인터넷이다. 몸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어른이고 아이고상관없이‘정보의 바다’를 뒤져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병을 찾아낸다.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하는 셈이다. 건강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은 늘‘최악의 시나리오’에 매달린다. 예를 들어 설사가 나고 구토가 일며 밥맛이 없어지고 식욕부진, 발열, 복통 등이 동반되면 대뜸위암부터 의심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듯 자신에게 나타나는 이상증세의 원인을 찾기에열심인 사람들이 열이면 열 모두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를 피하려 든다.
연방질병통제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조기검사를 받지 않는다.
초기단계에 검사를 받고 확진을 받아야 기존치료법으로 차도를 볼 수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들은 병세가 악화되기 전까지 병원을 멀리한다.
마음으로는 ‘최악’을 예상하면서도 몸은 우둔하기 그지없는‘ 버티기 모드’로 들어간다.
CDC 보고서는 잠재적 병의 씨앗을 찾아주는유전자 검사는 물론이고 대장내시경 검사와 유방암 검사까지 외면하는 환자들의 사례로 가득차 있다. 이같은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건강정보기피’ (health information avoidance)라 부른다.
의학자들은 생명 연장을 불러오는 조기검사의귀중한 효용가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검사를 꺼린다는 사실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벌써 20년쯤 전의 일이었다. 검사를 기피하는것은 물론 설사검사를 받은 후에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다. 왜 검사를 피하는지이유를 묻는 연구원에게 이들은 경비, 질병에 대한 무지, 성가신 절차 등 이런 저런 구구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검사를 가로막는 가장 공통된 장애물은‘ 두려움’이다. 환자는 검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성가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그에 따른 보상은 종종‘ 나쁜 소식’이라는 달갑지 않은 결과로 귀결된다.
워싱턴 의과대의 앤소니 백 박사의 지적대로조기검사를 바라보는 환자와 전문 의학자의 시각은 완전히 엇갈린다.
의료 전문가들은 조기검사를 환자에게 주어진생명의 기회라 생각하는 반면 환자는 두려움의확인절차 쪽에 무게를 둔다.
이 같은 사고의 간극에 관해 플로리다 대학 심리학자들은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의 목적은 어떻게 해야 환자로 하여금 감정과 두려움을 옆으로 밀어놓고 건강에 관한 나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알아내는 일이었다.
플로리다 대학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셰퍼드와이 대학 대학원생 제니퍼 호웰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명상’ 접근법이라는 심리학적 기법을사용했다. 연구 대상자로 하여금 자신이 느끼는불안감의 정체를 확인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의사 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보통‘ 빠르다’‘ 느리다’‘ 뜨겁다’‘ 차갑다’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절차와 감정적인 절차를 구분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더욱 건전하다고 일방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 어떤경우에는 직감에 의지할 때 더 좋은 의사 결정을끌어낼 수 있다.
반면 사고 과잉상태에 빠진 의사 결정자는 끝없이 분석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138명의 성인을대상으로 심폐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직접확인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심폐혈관 질환은 심각한 질병이기는 해도 환자는 효과적인 병증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찍만 발견하면 이런 조치를 통해 완쾌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차도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을 두그룹으로 분류한 후 한쪽 그룹에는 명상훈련 기법을 적용했다.
이 그룹에 속한 참여자들에게는 심폐혈관 질환발병 가능성을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이유와 확인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 후 각각의이유가 지니는 중요성에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다른 한쪽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심폐혈관질환에 관해 그들이 아는 여덟 가지 사실을 기술하라는 간단한 지시가 떨어졌다.
그 결과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참여자들의 28%만이 그들이 안고 있는 발병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그룹에서는절반이 넘는 55%가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을보였다.
연구팀은 다른 접근법을 사용한 실험도 시도했다.
이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그들이 임의로 만들어낸 TAA라는 질환을 소개했다. TAA는 대학생 인구의 20% 정도에서 발견되는 질병으로 조기사망으로 연결될 수 있으나 매일 약을 복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 참여자들에게 전달된 내용의골자였다.
물론 모두가 ‘허위’다. TAA라는 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병증이고 뭐고 있을 턱이 없다.
이번에도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분류됐고 이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쪽 그룹 소속원은자신이 이 병에 걸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지 않은 이유를, 다른 한쪽은 TAA에 관해전해들은 내용 가운데 8가지 사실을 생각나는대로 기술했다.
결과는 첫 번째 실험에서와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 가운데 개인적 발병위험성을 알고 싶지 않다는 대답은 전체의 20%에 불과한 반면 두 번째 그룹에서 같은 대답을한 사람들의 비율은 그 두 배가 넘는 53%였다.
이에 대해 실험을 주도한 호웰은“ 명상이 건강정보 기피를 줄이는 효과를 내지 못할 때도 있다”면서“ 불치병의 경우 미리 알아봤자‘ 득’될 게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의 실체를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 사람은 건강정보가 한편으로는 무서울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병에 대처할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초반의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 사회심리 학자이자 부교수인 에이미 맥퀸도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과 관련한 검사는 환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오르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겁을 집어먹은 환자는 두려움을 밀어내기 위해 내게 이런 검사 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1차 방어막을 치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들에게 잠시 여유를 갖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면 상당수가 너무 늦기 전에 귀중한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 검사를 받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환자를 유도해 건강정보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서 논리적 대응으로의전환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환자의 생명연장에필요한 조기치료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의사와 간호사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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