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사 택시기사, 석사 바텐더…
▶ 학위·전공과 무관 단순 직종에 몰려
대학을 졸업한 택시 운전사나 석사학위를 가진 바텐더가 더 이상 드물지 않을 만큼 최근 학력과 무관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20일 LA타임스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학력 인플레와 구직난 속에 고학력자들이 학력과 무관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마쳐도 학력과 전공에 걸맞은 직장을 찾기가 어렵고, 고학력이 높은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같은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 전공으로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뉴욕 맨해턴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플래거티(28)가 바로 그렇다. 바텐더로 일하며 연 8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플래거티는 경제학 석사학위에 맞는 직업을 어렵게 찾느니 바텐더로 일하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고등학교만 마친 구직자보다 더 나은 직장을 찾기가 더 이상 수월하지 않아졌다는 것이 타임스의 지적이다.
플래거티와 같이 과거 고졸자들이 주로 선택했던 단순 직종에서 일하는 고학력자들이 늘어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2007년 경기침체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졸자들이 해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마땅히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오하이오 대학교 경제학자 리처드 베더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 미국 소방관들 중 대졸자는 단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학사학위를 가진 소방관이 무려 18%나 된다. 1%에도 미치지 못했던 학사학위 택시운전사가 이제는 15% 수준으로 늘었고, 학사학위가 필요 없는 판매직 군에서도 무려 25%가 대졸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기대만큼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회계학 전공으로 대학을 마친 사임 몬타킴은 졸업 후 전공 관련 직장을 잡았으나 초임은 시간당 10달러에 불과해 융자금 이자조차 내기 버거웠으나 지금은 택시운전으로 훨씬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하킴은 “운 좋은 날이며 하루 200달러까지 벌 수 있다”며 “내가 현실을 몰랐던 것 같다. 이제는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고 말한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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