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군 장성, 장 차관 -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일등 공신들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김지하 시인의 ‘오적’ 풍자시에 나오는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요즘 모 재벌의 이름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복절을 기해 어느 재벌 총수의 사면 소식도 들린다. 일부이긴 하지만 멀쩡하던 분이 어느날 갑자기 마스크에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뉴스에 출현한다. 너무 자주 보다보니 이제 재벌 총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모습이다.
야당의 모 국회의원은 뇌물수수로 검찰조사에 불려가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야당탄압이라는 소리가 자동 반사로 나오는데 조용한 걸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 바로 전에는 모 여당 국회의원이 대낮 일과시간의 음주 성추문으로 떠들썩했다. 국회의원 집단이 릴레이식으로 끈임 없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는 것은 연구과제가 아닐까 여겨진다.
공무원들의 선망의 대상인 장차관, 고급공무원. 이들 중 부정부패 사건 연루자들을 찾기에는 그리 큰 노력이 필요치 않다.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그 지위에 오르기 힘들다는 군 장성. 그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자리인 참모총장. 방산 비리로 아들과 함께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국가관이 이등병 보다 못해 보이는 분이 그간 검증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군 최고위직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올해로 70주년이 된 해방은 우리의 힘으로 된 건 아니지만, 기적같이 찾아온 해방 덕분에, 그리고 그후 참혹한 전쟁 등 여러 어려운 과정들을 훌륭히 극복하고 대한민국은 오늘의 발전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밝은 면의 뒤편에 함께 따라온 그림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중 아직까지 청산되지 못한 부정부패는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부정부패는 망국의 초대장이다. 부정부패하여 흥한 나라는 없다. 월남이 그랬고 장개석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간 사유이기도하다. 한국도 방심하면 제주도로 쫓겨 갈 수도 있고 태평양의 보트 피플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봐야한다. 더구나 그렇게 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세력이 북에서 3대를 이어 열심히 칼을 갈고 있는 중 아닌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군장성, 장차관들이 사무실 책상 서랍 속에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한부 넣어 두고 가끔 들여다보며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70년대 이야기지만 일부 내용은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 감히 나는 한마디 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부정부패하면 지난날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나라를 잃고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겠다고 구차스럽게 남들의 신세를 지며 이리 저리 방황하는 신세. 바로 여러분의 후손들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해방 7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성공이라고 봅니다. 모든 국민들이 땀 흘린 덕이지만 거기에는 여러분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국가 부패지수는 세계 40위권에서 헤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거기에도 여러분들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밤낮으로 열심히 공사해서 최단 시간 안에 100층 건물을 올려도 기초공사를 부실하게하면 모래 위에 집짓기나 다름없다. 한국이 지금의 모습을 거울에 한번 비추어 볼 때이다. 부정 부패로부터의 해방이 없이는 70년 전 광복의 기쁨은 날이 갈수록 퇴색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이것은 8.15와 달리 주변 강대국들이 대신 해줄 수 없는 우리들만의 숙제이다.
김지하 시인이 생전에 ‘오적’의 후편으로 ‘오 공신’ 칭송시를 남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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