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였기에 미국의 일상적인 고속도로 속력은 내게 익숙치 않아 남편과 함께 나갈 때 외에는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첫아이 출산 후 햇빛 좋은 시간에 동네 산책을 하는 것이 하루 중 최고의 외출이었고, 운전하여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곤 스토리타임에 참석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나를 배려하여 남편은 나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임신하여 병원에 첵업갈 때에도 늘 함께 동행해 주었고, 시장도 대신 봐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액티비티가 늘어나면서 운전반경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내 아이만 태우고 다녔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친구들을 내 차에 4-5명씩 싣고 견학을 갈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하고 말았다.
이러한 활동반경은 곧 나의 소통범주이기도 했다. 옆집 사는 메리나 재키가 나의 대화상대였다가 도서관 사서와 친해지고, 프리스쿨 담임과 원장선생님, 또 초중고교 선생님들과 오피스 세크리터리, 학부모들과 친밀한 친구 같은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시상식이나 보드미팅에 초대되어 가면서 교육감이나 보드멤버와 관계를 갖게 되고, 시정 행사에 초대되어 시장, 시의원과 잦은 접촉을 하게 되었고,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 주최하는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을 통해 정치인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남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소통의 기회가 두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특히 3년 전 9학년과 6학년이 되는 남매가 학교오케스트라 멤버 중 현악기와 피아노 연주자를 모아 <밀브레 유스 챔버>를 만들어 밀브레 도서관 주최 <제1회 한중일 추석명절 행사>에서 공연하는 것을 뒷바라지한 것이 계기가 되어 2년에 걸쳐 <밀브레 한국문화 축제>에 관여하게 되었다.
한국 관련 행사라곤 전무했던 밀브레 지역에서 총영사관과 재외동포재단의 도움을 받아 도서관에 독립된 한국어 섹션이 개설되고, 한국문화 축제가 열리게 되는 역사적인 획을 긋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인공동체와 지역사회간의 공적인 소통의 채널이 형성되었고, 도서관이나 시청 관계자들은 물론 밀브레 주민들도 ‘한국’과 ‘한국인’을 좀더 명확히 재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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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장씨는 사회학과 여성학을 전공했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상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여성학 개론> 등의 공저가 있다. 현재 페닌슐라 한인학부모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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