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운 러시아의 보스토크 1호가 지구 상공을 성공적으로 일주한 이래 우주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높아져왔다. 수십 년 전에는 인류가 달에 가는 것도 굉장한 일이었는데, 최근에는 1억 마일 이상 떨어진 화성이나 심지어 태양계 너머 다른 항성계로의 탐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주제로 한 우주공상과학 영화 덕분에 ‘웜홀’과 같은 생소한 용어들도 일반인들에게 제법 익숙해졌다.
특히 올해 들어 민간기업들의 우주개척 참여가 본격화 되었는데,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나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 등은 이미 자체 로켓을 쏘아올리고 회수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버진, 보잉, 록히드마틴 등 기존 우주항공 기업들도 우주여행이나 화물운송 사업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이나 단체는 상당히 구체적인 화성 이주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스원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단체는 얼마 전 이주민 후보 100인을 선발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한번 떠나면 지구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편도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화성으로 가려는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도저히 이해 못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는 끝없는 개척의 역사이다. 수백 년 전에도 상상 속의 신대륙을 찾아 서쪽으로 키를 잡고 망망대해로 떠나는 수많은 선원들이 있었다. 땅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우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탐험가 정신은 다른 동물에는 없고 인류에게만 있는 특징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개척’이라는 단어는 꽤나 묵직하게 느껴진다.
화성 이주 계획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이 땅, 지구에 감사하게 된다. 환경오염이나 온난화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현재까지 생명이 살 수 있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행성 말이다.
최근 세계 최고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히는 태국 시밀란 해양국립공원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기회가 있었다. 안다만 바다 아래 30미터를 들어가면 마치 화려한 정원에 놀러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수중 생태계가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말미잘과 산호가 바위를 덮고 있고 ‘물 반 고기 반’ 이라는 말처럼 수천 만 마리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다이빙을 마치고 배로 올라오면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닷바람이 물기를 말려주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이런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단지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 아니라 내가 목격한 어마어마한 생명력 때문에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앞으로 인류가 개척하려는 곳이 척박한 달이든 화성이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그 어떤 곳이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농담 반 진담 반” 수십 년 후에는 아마존이 화성에 물류센터를 짓고 이주 정착민들에게 이틀 배송을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기대와 걱정이 섞인 마음으로 다가올 미래를 그려본다.
<
정윤정 아마존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