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바라지만 삶은 그렇게 쉽지 않다. 어깨위에 무거운 짐을 메고 가야하는 매우어려운 게 삶이다. 때때로 올바르고 보람있는 삶이 무얼까 하는 혼돈에 빠질때도 있다.
새해가 되면 30년 전 이맘때 쯤 자신의 발로 지구촌을 떠난 환자 하나가 생각난다. 20대 초 반의 젊은 게이였다. 미정신의학협회가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라고 이미 명시했지만 일반사회인들은 동성애자를 ‘ 퀴어(이상한 작자)’라 부르며 조롱하기 일쑤였다.
그는 자신이 찬 겨울하늘에 외로이떠 있는 구름 한 점이라 표현했다. 자신의 삶이 꼭 상점 유리벽 속에 갇혀있는 마네킹 같이 보였다. 매일 매일 밀려오는 절망감, 무기력감으로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다고도 했다.
결국 그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로 부터 소외당한 좌절, 절망,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굴을 플래스틱 주머니로 싼 다음 생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나목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그때 나는 졸지에 변을 당한 풋내기 정신과 의사였다. 새해가 올 때마다 잠시그 환자의 명복을 빌며 비온 뒤의 땅처럼 더 단단한 의사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자살은 현대사회에 독소처럼 스며든,완전히 씻어낼 수 없는 삶의 현실의 하나다. 최근까지 국가나 종교를 위한목적이 아니면 자살은 종교적, 윤리적면에서 흉악한 죄악이었다. 중세기 때는 자살자의 시체에 침을 뱉는 등 함부로 다루고 장례마저 치르지 못하게했다.
지금은 의학적 면에서 자살을 정신질환의 부산물로 보는 견해가 주축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인적관계 단절로 인한소외, 격리, 공정치 않는 차별, 내면의 분노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자살 위험이 많다고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내 임상경험으로는 자신을 용서하지못한 자가 제일 위험했다. 자신을 용서할 수 있으면 부산물로 긍정적인 자존감과 자애의식이 따라 붙는다. 더 나아가 자신이 누구라는 자기개념도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꼭 소중한 존재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즉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환자한테 긍정적 사고를 주입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것 보다는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있는 정서적 힘을 길러 주는 게 좋은 방법이다.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살이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거나, 가장 절망스런 일을 당한 뒤 일어선 사람들이라 한다. 실례로 카트리나 태풍으로모든 것을 잃은 뉴올리언스 시민들이 미국인 중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사람들이 거기서 살아 나온 뒤삶의 소중함을 절감했을 것이다.
행복과 절망은 우리가 평소에 전하는말과 품어온 생각에 달려있다. 매일 환자로 하여금 자신이 나아질 거라고 말하는 습관을 가르쳐 주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서 긍정적, 희망적 자동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
새해가 다시 찾아 왔다. 혹시 자살을생각하거나, 절망의 늪에서 고통 받고있거나, 내면의 허전함에 젖어 있다면먼저 자신을 용서하도록 노력해 보자.
내 의식 속의 부정적 말과 생각이 무의식 속에서 자동화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긍정적, 희망적 미래를 외쳐 보자.
운명론이나 결정론 같은 것은 생각지 말고 앞으로는 잘 될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항상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삶의 방향으로 가보자. 행운과 불운은 돌고 도는 것이다.
새해에는 또 좋은 말을 많이 하자. 우리 뇌는 자신과 타인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좋은 말을 하면 뇌는 그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인지를 모른다, 단지 좋다는 말에 기분 좋은 감정과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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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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