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사우스에서 잡화가게를 해 온 사람들은 피부로 느낀다. 부활절이 3월에 오는 해와 4월에 오는 때 매출이 다르다는 것을. 이건 경험의 산물이다. 조금 부연하자면 아직은 쌀쌀한 3월의 부활절 보다는 신록의 4월에 맞는 부활절이 장사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아마 시카고 날씨가 작용했을 것이다.
부활절은 마치 크리스마스 처럼 종교 밖으로 외연을 넓힌 지 오래다. 시카고 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정확히 말하자면 사계절이 엉성하게나마 구색을 갖춘 지역은 4월이 봄의 시작이다. 이때 맞는 부활절은 옷을 갈아입고, 집안 대청소를 하고, 잔디가 있다면 연록색을 즐기고, 텃밭이 있다면 어떤 작물과 꽃을 심을 것인가 고민하는 시기다.
이 시점의 시카고 풍경을 좀 더 말하면 자녀들이 스프링브레이크로 들고 나는 때가 이 때고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다시 결심하는 시기도 지금이다. 골프장이 문을 열고 부킹을 받기 시작한다. 얼리 스프링 스페셜 가격이 적용된다. 타주로 이사할 마음을 먹었다가 다시 주춤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 부활절을 전후로 시작되지만 경기에 민감한 소매업 종사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 말고는 계절의 눈부심에 가려 이때가 부활절 절기인지 모른다. 그런 부활절이 올해는 3월말에 왔다. 경기는, 물어 볼 필요도 없이 그리 즐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3월에 왔기 때문 만은 아니란다.
지금부터 복잡한 소비패턴의 변화 이야기다. 지난3월초 48명의 비즈니스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올해 경기 전망 조사 결과는 썩 좋지 않다. 소비자들은 개솔린가격의 하락으로 올해 주머니에 1천달러의 여유가 생길 거란다. 연방준비은행의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이 여윳돈을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쓸 것이라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겪고 난 후의 경계심 때문에 소비에 신중해 졌다는 얘기다.
반면 전미 소매연맹은 이번 부활절 시즌 중 173억달러의 소매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평균 146달러를 소비했을 것으로 보았는데 이 규모는 지난 13년 이래 최고라고 한다. 미용실, 식료품, 의류, 캔디가 주종이다. 소비에 신중해진 소비자들이지만 필요할 때는 지갑을 열었다. 자, 적지 않은 매출인데 이것이 다 어디로 갔을까 물어봐야 한다.
당장에 잡힌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은 뭔가를 구매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온라인을 떠올린다고 한다. 배달비가 면제된 아이템을 우선 선택하고 심지어 조금이라도 더 절약하려고 무리를 져서 필요한 소비를 한다. 매장에 들러 가격과 품질, 사이즈 등을 꼼꼼히 적은 뒤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는 소비자의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오프라인이 지배적인 한인비즈니스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오프라인만 가능한 업종을 택하든지 온라인 비즈니스의 세계로 진입하든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본보는 한인 커뮤니티 언론으로서 이 문제를 천착할 것이다. 미국 경기가 활황일 때는 떡고물을 기대하며 비즈니스를 해왔고 불경기일 때는 가장 먼저 그 어려움을 겪었던 한인경제다. 이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우린 늘 변두리 경제를 감당해야 한다.
1980-90년대 적게 벌었지만 비교적 풍요로웠던 그 시절, 미국 경기는 어려웠으나 한인사회는 활발했던 그 때 한인 비즈니스는 미국의 틈새시장을 휘저었다. 미국내 비즈니스면서도 상당히 독립적이었다. 그 부흥기가 다시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언론과 비즈니스 종사자, 한인사회 지도자, 경제 전문가들이 무늬만이 아닌 내용으로 한인경제를 함께 고민하고 활성화를 모색해 나간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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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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