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월터 감독 “우리가 모두 김현수를 돕고 있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는 정말로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지난 시즌 소속팀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주전 좌익수 무혈입성이 유력했던 김현수는 4일 개막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떼어 놓은 당상과도 같아 보였던 개막전 선발 좌익수 자리는 조이 리카드에게 넘어갔다. 김현수는 공교롭게도 그의 바로 옆 라커를 쓰고 있다. 선발 출전이 예정된 리카드에게 온갖 축하 인사와 인터뷰 제의가 밀려드는 것을 김현수는 바라봐야만 했다.
개막전 시작을 30분 앞두고 열린 식전 행사에서는 야유까지 들었다. 볼티모어 선수들은 가운데 펜스에서 한 명씩 나와 기수단을 통과한 뒤 팀의 상징색인 주황색 카펫을 밟고 내야로 입장했는데, 김현수가 입장하자 일부 관중은 '우~'하는 야유를 퍼부었다.
김현수는 경기에서도 리카드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쳐내고 그 공을 기념공으로 챙기는 장면까지 지켜봐야 했다. TV 카메라에 비친 김현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 선'은 이날 개막전에서 볼티모어가 미네소타 트윈스에 3-2 승리를 거둔 뒤 '김현수가 개막전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경험을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확실한 주전 후보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처지로까지 전락한 김현수를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우선 김현수의 시범경기 부진과 이로 인한 볼티모어 구단 수뇌부의 태도 변화, 또 마이너리그 강등을 둘러싼 '힘 겨루기'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어 "개막전에서 김현수에게 쏟아진 야유는 크지는 않았지만 또렷했다. 김현수가 고향인 한국을 등지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꿈꿨던 반응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고 했다.
또 "김현수는 주황색 카펫을 달려갔지만, 그것은 오리올스 구단이 그를 원해서가 아니라 그가 고집했기 때문"이라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행사해 개막 25인 로스터에 진입한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 매체는 점차 상황이 김현수에게 불편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지만 벅 쇼월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개막전 출전 불발이 큰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가 한 발짝 물러서서 천천히 적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에게 벤치 신세는 낯설 것이라는 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쇼월터 감독은 "그에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28년 인생에서 처음 겪는 여러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김현수는 우리 코치진과 프런트, 특히 선수들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김현수는 동료들과 정말로 죽이 잘 맞는다"고 했다.
'볼티모어 선'은 마지막으로 김현수를 응원하는 팬의 목소리도 전했다. 한 미국 야구팬은 김현수를 향한 야유에 반감을 드러내며 "그(김현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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