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첫 이미지는 알 카포네로 상징되는 범죄였다. 마치 그 고약한 이미지를 상기시키듯 요즘 연일 총격 사건 뉴스다. 올 겨울이 비교적 따뜻했기 때문일 거라는 어줍잖은 이유가 경찰당국에서 나왔다. 지금 시카고 남부는 집에서 식사하던 사람이 밖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죽고 차를 운전하고 가다 옆 차에서 마구 쏴대는 총에 맞고 갱단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중 유탄에 무고한 어린이가 맞는 등 무법천지다.
다행인지 이 대부분의 총격사건이 시카고시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행이라면 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이 적지 않다. 람 임마누엘 시장은 별 대책이 없어 보인다. 시경국장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치안을 강화하고 남부지역에 교육기관을 더 늘려야 하는데 역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제목에 달았듯 그래도 시카고가 좋은 이유를 지금부터 대야겠다. 엄밀히 말해 미국이 좋은 이유다. 1982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타일레놀 독극물 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왜 하필 시카고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가 싶지만 그 사건은 수습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그리고 대척점에 현재 진행중인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다.
존슨앤존슨의 타일레놀은 당시 미국내 진통제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 타일레놀 캡슐을 복용한 시민 7명이 급사했다. 존슨앤존슨이 맨 먼저 한 일은 미 전역 마켓 진열대의 타일레놀 제품을 자체 회수하는 일이었다. 수사 결과 회사와 관계없는 누군가 타일레놀 캡슐 내에 독극물(청산가리)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제품 광고를 중단하고 제품 회수 및 검사, 처리에 10억달러를 투입했다. 800만병을 전수조사해 이중 시카고에서 수거한 75정의 캡슐에서 독극물이 들어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추가 희생을 막았다. 범인 검거를 위한 현상금도 걸었다. 연방 검찰의 수사 결과 존슨앤존슨의 책임은 없었다.
당시 최고 경영자인 제임스 E 버크 회장은 훗날 “우리는 이 제품의 장래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다만 우리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다 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5년간 진행 중이다. 2011년 초 호흡부전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고 그해 5월과 6월 여성 4명이 사망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제를 권고했고 질병관리본부는 그해 11월에야 살균제 수거명령을 내렸다. 2012년 이 살균제가 폐 손상원인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고 이를 제조 판매한 기업에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5천2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광고에 안전하다는 표시를 하지 않은 업체에는 이 과징금도 면제됐다.
피해사례가 늘고 피해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가 피해신고를 접수했다. 작년 말 마감 결과 공식 피해자 221명, 사망 95명이었다. 신고접수 마감 조치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피해자 신고를 더 받겠다고 했다. 검찰은 올해 들어서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얼마전 서울대 교수가 기업의 뇌물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손상 위험이 116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3년이나 묵혀두었다가 발표했다. “바빴다”는게 이유다.
이제 비교해 보자. 존슨앤존슨은 피해자였다. 그럼에도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마자 미 전역의 제품을 자발적으로 모두 회수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국에서는 가해자가 피해보상과 처벌을 피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정부는 가해자인 기업에 시간을 주었다. 피해자가 더 발생하는데에는 기업이나 정부나 관심이 없었다.
이건 도덕성의 문제다.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한쪽에서는 그 명제를 행동으로 따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입으로만 떠든다. 그 차이가 너무 씁쓸하다. <편집인 겸 논설위원>
<
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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