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꽤나 시끄러웠다. 사실 ‘시끄럽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지난 주말은 그 수준을 넘어 심각했다. 흑인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백인경찰의 무더기 피살이 미국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한국선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이 주말에 이루어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통해 ‘전쟁 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선을 확보했다.
나라의 명운을 뒤흔들 만한 그런 중대한 사건들이 이어진 주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한국서 벌어졌다.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고위공직자의 발언.
망발 하나만 빼고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다. 바로 해답을 찾거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경찰의 과잉진압, 특히 흑인 사살이 이어지자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시위가 격렬해졌고 아예 백인 경관 5명이 조준사격에 당했다. 이 사건은 미 전역을 긴장상태로 몰아 놓었다. 누구도 말하기 꺼렸던 ‘흑백 갈등’의 금기가 되살아나 테러, 대선과 맞물렸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대 북한 전략이라는 포장을 하고는 있으나 한국은 중국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교류 측면에서 한국과 가장 밀접한 나라다. 한국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과의 무역량이 전체의 23.6%에 달하는 등 대 중국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강행한 뱃심이 대단하다.
아베 정권은 일본 의회내 헌법개정안 발의선 이상을 확보했다.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는 매력적이다. 과거의 역사를 선별해 채택하는 일본의 편의주의가 미국의 동북아 연합전선 구축 및 군비 분담과 맞물렸다. 여기에 국수 포퓰리즘이 어울린 결과다.
한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일본 국민은 전쟁할 수 있다는 후보들에게 표를 주었다. 한국정부는 중국과 가까워 지겠다고 공들인 수많은 정책과 외교가 속 된 말로 ‘한방에 훅’ 갈 참인데 국가안보 차원의 결단이라는 말로 비판을 누르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사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말이 나온다.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투표가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터에 이것도 대안은 아니다.
사드 배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무기로 대북한 방위를 했다면 아무 말 안한다. 한반도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는 것. 구한말의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세력의 다툼이 이랬지 않았을까 싶다. 쇄국정책과 청, 일, 러에 돌려가며 기댔던 조정과 당파. 더 멀리는 왜구를 왜구로만 본 근시안적 현실 인식이 부른 왜란과 조선조 쇠락해 가는 명과 새 제국 청의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반정으로 잡은 왕권의 명분만 세우다 당한 두차례의 호란. 한국은 위정자의 ‘구국의 결단’이 많았던 나라다. 일본은 ‘천황폐하 만세’ 아래 전체주의 성향이 짙다.
주말 사건들은 계층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 결단으로, 일본은 전체주의 틀 안에서 민생을 누른다. 지배권력과 피지배의 계층 구분이 뚜렷하다. 미국의 흑백 갈등은 뿌리깊은 인종주의와 계층화가 고착하는 과정을 이미 넘었고 갈등이 폭력으로 발전했다.
국익은 누가 정하는가. 정체로서의 민주주의 보다 경제 이념인 자본주의가 세계 질서를 잡고 있는 지금 국익이 ‘N분의1’로 나뉘지 않는 현실이 질서 유지의 대표적 불안요소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반도는 다시 신냉전의 전장이 되고 있다. 이른 감이 있으나 미국은 인종주의의 회귀가 우려되고 있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은 가능해졌다.
이 모든 역행의 바탕에 계층화가 깔려있다. 한국 교육부 관리가 원했든 아니든 이미 공고화한 신분제가 결단과 인종갈등과 전쟁 개헌을 가능하게 했다는 해석은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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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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