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도날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1주일 후면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화한다. 이건 절차다. 이후 3개월 여에 걸친 미국대통령 선거유세가 본격화한다. 240년 역사의 미국에 첫 여성대통령이 나올지 정치 이단아의 위대한 미국 재건이 먹힐지 11월8일 결정난다.
미국민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둘 중 하나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이나 재단 모금 구설 등 가지고 있는 권력의 오용 남용으로 신뢰도를 많이 잃었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은 백인 만의 노스탤지어를 숨기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이 두 후보 중에서 우리는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
대선의 계절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법을 생각해 봤다. 우린 사람의 성격을 단순화 하는 데에 익숙하다. 즉 4가지에 불과한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고 인종의 스테레오타입을 정해 그 인종 전체의 성격으로 규정짓는 오류를 범한다. 인도계가 어떻고 중국계는 또 어떻고, 흑인, 히스패닉계를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뭉뚱그린다.
한국서 ‘석양에 돌아오다’란 제목으로 1960년대 상영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못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나오는 3명의 주인공은 사실 모두 나쁜 놈들이다. 남북전쟁 당시 국가의 운명 보다는 금화에 눈이 먼 3인의 악당이 펼치는 서부활극이다. 그런데 영화의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면 제목 그대로 멋있고 비열하고 사악한 인물로 인식한다.
한 세일즈 맨의 고객 구별법-나에게서 물건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란다. 이 단순한 이분법에는 세일즈맨의 프로정신이 녹아있다. 그러나 여기도 세분화한다. 깎지도 않고 넙죽 사주면 최고 좋은 사람이고 가격은 흥정하되 결국은 사는 사람도 괜찮은 사람이다. 온통 물건에 흠집만 내고 제품에 시비를 걸면서 가격은 바닥까지 내려놓고 ‘다음에…’ 하면 고약한 사람으로 구분된다. 이건 아예 처음부터 손사래 치는 경우보다 더 나쁘다. 개그 프로의 꽁트 같지만 실은 삶의 현장 이야기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양당의 6개월에 걸친 예선과 전당대회를 통한 후보 공식화, 유권자들이538명 선거인단 선출(11월8일),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12월19일) 일정이다. 직접선거와 간접선거를 버무린 형식이다. 538명은 50개주 상원의석 100개, 하원의석 435개, 워싱턴 DC 선거인단 3명을 합한 숫자다. 11월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유권자가 직접 뽑으면서 사실상 선거는 끝난다.
초대 워싱턴대통령도 너무 복잡하다고 혀를 내둘렀다고는 하는데 절차가 많다고는 해도 결국 선거는 개개인에 각인된, 매우 단순한 후보의 이미지를 되새기는 일이다. 개인의 이익을 좇는 세일즈맨의 고객 감별법, 분위기에 녹아들어 멋있게 보이는 주인공, 그리고 스테레오타입이다.
트럼프는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등 예선을 거치면서 많이 순치됐다는 평가다. 품격이 나아 보인다는 의미인데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드는 케이스다. 클린턴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쫓기고 있다. ‘여성’과 ‘기성정치’는 클린턴에게 양날의 칼이다. 미국 유권자 절대다수가 미국이 잘못가고 있다고 응답하면서도 과반수가 오바마를 지지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는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이 조사가 누구에게 유리한건가.
이번주와 다음주 연속으로 펼쳐지는 양당의 전당대회는 리그별로 따로 치르는 올스타게임 같다. 양당 거물정치인들이 줄줄이 나와 한마디씩 던지는 말의 잔치다. 이들 후보가 함께 출전하는 경기는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3차례 TV토론 형식으로 치러진다. 그리고는 단판 월드시리즈다. 나한테 물건 산 사람도 아니고 흥정 한 번 한 적 없는 이들이지만 영화 보듯, 올스타게임 즐기듯 대선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나에게, 우리에게 이로운 후보가 누군지 감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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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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