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에게도 해당되는 지 따져 보시라.
‘55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인 4명 중 1명꼴로 은퇴에 대비한 연금플랜이 없다. 별도의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이들 중 91%가 2만5천달러 미만의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중 또 절반은 1만달러 미만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집 모기지 부담을 안고 있으며 10명 중 8명은 어떤 형태로든 빚이 있다.’ 가장 최근의 통계다.
그제 한인회 주최의 광복절 71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대부분 참석자들은 적어도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내 나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간 쯤에 있다. 그 자리에서 만난 분들이 ‘좋은 나이, 좋은 때’라고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기준으로 볼 때는 고약한 세대의 한 복판이다. 위의 사례 중 나에게 해당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반반인 게 다행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관련한 통계가 있다. 65세 이상의 서버브 거주자가 1950년도에는 7.4%였던 것이 2014년도에는 14.5%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7천5백4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대다수, 특히 대도시권역 베이비부머의 3분의2가 서버브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세상은 대중교통을 포함해 이들의 서버브 생활을 지탱해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통상 은퇴연령의 기준이 되는 65세 이상이 매일 1만명씩 증가한다. 통계를 좀 더 인용하자면 2030년이 되면 일리노이주 내 65세 이상 인구가 20% 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한인사회로 눈을 돌리자면 베이비부머 세대에 앞선 세대가 광복절 행사의 주축이었다.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령대의 고령화는 이미 2030년 예측보다 앞섰다.
미국서 긴 세월을 보낸 노년 한인들은 대부분 서버브에 산다. 미국 전반의 현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고령화와 서버브 생활이라는 이슈가 바로 우리의 이슈이기도 하다. 서버브 거주 노년층의 초상을 나름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4베드룸 짜리 2층 콜로니얼 하우스에서 30년을 살면서 자녀를 키웠다. 이제 노년을 즐기려 할 참인데 근력이 달려 침실과 화장실이 모여 있는 2층 오르내리기도 버겁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넓은 마당 손을 보아야 하고 늦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눈 치우기도 이제는 만만치가 않다. 집안 청소는 발길 한번 가지 않은 곳은 제외하더라도 끝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이 떠난 빈방을 보는 건 허전하다. 집? 페이오프한 건 다행이지만 부동산세는 해마다 오른다. 학교 다니는 애도 없는데 억울한 기분이 든다. 좀 있으면 운전하기도 점점 힘들 것이다. 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여기에 대중교통은 없다. 이 참에 다운사이징을 해서 도심으로 갈까 고민된다. 그러자니 명절에 찾아올 자녀들과 손주들이 걸린다. ’
서버브에 사는 미국 은퇴자들의 고민이 우리와 다른가. 노년층의 비율이 높아가는 서버브에 대중교통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쿡카운티는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커넥팅 쿡카운티’라는 대중교통망 구축 프로젝트를 내놓기도 했다. 아직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교통이 없어 나들이가 안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크게 해치고 이는 가족의 문제를 넘어 그대로 사회적 비용이 된다. 병원 가는 횟수를 줄이게 되고 친목모임 빠지는 빈도가 높아진다.
광복절 기념식을 포함해 한인사회 여러 행사에 늘 모습을 보였던 한인사회 원로들 대부분이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 열심히 소통하고 교류한 덕일 것이다. 시카고 한인사회는 이들과 베이비부머 세대가 여전히 지탱하고 있다. 나름 커넥션이 이루어져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룬다. 미국 전반의 현상보다는 나아 보여 자부심마저 든다. 자녀들이 떠나도 소통하고 서로 기대는 이웃이 있다는게 버팀목이다. 광복 80년, 100년까지도 이어져야 할 우리네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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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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