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치광이 정권’ 언급이 있었고 체제 유지를 위한 극히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정권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북한에 좀 더 강력한 추가제재를 가해야 한다, 중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심지어 여당에서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두가 북핵 응징에는 동감하지만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 나오질 않고 있는데다 쓸 만한 경제제재의 카드를 다 써버린 지금 추가재제의 실효성 조차 의심받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렷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단순하지가 않다. 중국, 러시아는 언제든 북한 쪽에 설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지금 대선 막바지다.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유일한 사건 9.11 테러가 15년이 지났으나, 그 이후 2명의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물리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고도 복수가 끝났다고 말할 수 없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첩보를 믿고 감행한 이라크공격은 중동의 반미감정을 오히려 키웠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전쟁은 끊이질 않았다. 11세기말 부터 13세기 말까지 유럽과 중동을 휩쓴 180여년에 걸친 십자군전쟁의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해도 교황 지배 체제 아래 있던 유럽의 복잡한 정세가 무려 8차례나 수많은 젊은이들을 원정길에 오르게 했다.
현대에 와서 벌어진 전쟁들-1,2차세계대전, 그 사이에 있었던 스페인 내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20세기의 제국주의, 패권주의, 소비에트 공산주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비극들이다. 흔히 표현하는 전후 세대란 게 미국은 2차대전 후, 한국은 한국전쟁 후를 일컫지만 20세기에 태어난 현 인류는 모두 전후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을 때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2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유럽 전역이 포연에 휩싸인지 2년이 훌쩍 지났으나 미국은 꿈쩍도 안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은 미국과 인도네시아로부터 원유를 100% 수입하던 나라였다. 그런 일본이 미국을 친 이유는 미국이 영국과 함께 일본을 압박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제국주의의 끝자락, 패권을 다투던 현실에서 일본이 취한 행동은 대미 선제공격이었다. 그것이 당시 일본을 지배하던 논리였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이보다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부터 물어야 할 것 같다. 히틀러는 1차대전 패전국의 멍에와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독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인물이다. 세계적 대공황과 맞물려 희망으로 가는 돌파구를 전쟁에서 찾은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쟁의 논리는 평화의 논리와 별반 차이 없다.
이제 북핵이 한반도에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건지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핵무기의 전통적인 두 얼굴, 전쟁 억지력과 전쟁 확산이 아닌, 제3의 얼굴을 북한은 보이려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재래식 무기로도 충분히 결정적인 위협과 타격이 된다. 북한의 핵무기는 다분히 국제용이다. 뉴욕타임스가 적시했듯 북한(또는 김정은 정권)은 살아남기 위해 핵에 ‘올인’한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시나리오에 떨고 있다. 그러나 핵이든 재래식이든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는 건 우리 민족이 패망에 이르는 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 ‘너희들 왜 그리 핵무기에 집착하니’ 직접 물어볼 일이다. 공멸의 길로 갈 것인지 물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반복되어 왔다. 전쟁을 사전에 막은 일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두렵다고 타협하지 말고 타협하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케네디의 말은 지금 들어도 명언이다. 문제는 핵이 아니라 전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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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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