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이 당신을 대했으면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라.” “집중력은 자신감과 갈망으로부터 나온다.”
위대한 골퍼가 이런 말만 남겼을 리 없다. “골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한없이 복잡하다.” “퍼팅은 골프게임에서 흥분되고 짜증나고 멋있고 고약하고 또 거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그는 변호사들이 들으면 그리 좋아하지 않을 조크도 했다. “대학 시절 한 때 변호사가 될까 궁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난 똑똑하지 않은데다 실내에 갇혀 있기를 싫어했고 나 자신이 너무 사람이 좋았다.”
아놀드 파머는 세계골프 역사상 가장 멋진 골퍼로 기억될 것이다. 87세로 영면하기 까지 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필드에서의 기록으로 위대함을 남겼다. 골퍼로서의 기록은 잭 니클라우스나 타이거 우즈보다 못하지만 인기는 그들에 앞섰다. 잘 생긴 얼굴에 공격적인 플레이, 담배를 지그시 비껴문 전성기 의 그는 골프계의 제임스 딘이었다. ‘아니의 군대’를 이끄는 킹이었다.
파머는 한국에서 골프를 모르던 시절 색동 우산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막연히 패션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 격이란다. 그만큼 그가 유명했다는 반증이다. 그의 부음 이후 쏟아지는 관련기사들은 그가 골프계의 왕으로 군림한 이유를 그의 태도에 두고 있다. 사인을 원하는 팬들을 거절하는 법이 없고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게 뭐냐고 물으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합니다. 당신입니다.”
사실 그의 인기 요인은 더 있다. TV가 대중화되던 시기,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결과도 드라마틱하게 이끌었다, 때로는 대역전 우승을 하고 반대로 질 수 없는 게임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의 플레이를 중계하는 TV는 곧 영화관이었다고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출신배경이다. 부유했을 것 같은 외모와 달리 그는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었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골프장에서 클럽프로 겸 관리인으로 일했다. 때로는 아버지와 함께 트랙터를 타고 일을 도왔고 거기서 세살때부터 골프도 배웠다. “아들아, 볼을 세게 때려라.날아간 볼을 찾아서 또 힘껏 때려라.”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 배경만으로도 팬들은 그와 동질감을 느꼈다.
경쟁자,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와의 우정과 경쟁도 중요한 흥행요인 이었다. 특히 잭과는 평생의 라이벌 관계였다. 그보다 11살 아래인 잭은 필드에서나, 사업에서 경쟁자이면서 친구였다. 전성기 때 필드에서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치열한 라이벌이었고 골프장 설계사업도 경쟁적으로 했다.
1999년 파머의 아내가 사망했을 때 잭은 플로리다에서 아들 개리의 PGA 퀄리파잉 스쿨 경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들에게는 골프인생이 걸린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잭은 부음을 듣자마자 아내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의 장례식에 참석해 파머를 위로했다. 잭은 파머의 배려로 아들의 경기를 TV를 통해 지켜볼 수 있었다. 이들은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서로 위로하는 친구이기도 했다.
아놀드 파머는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했다. 사업으로 번 돈으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병원을 짓고 수많은 자선사업을 펼쳤다. 2004년에는 민간인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고 의회에서 주는 금메달도 받았다. 30년 이상 골프 관련 기사를 써온 골프채널의 랜달 멜 기자는 그가 배려와 태도 덕분에 받은 사랑이 우승 트로피 갯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썼다.
그가 떠나던 그날 그 시각, 올해 프로골프의 왕중왕을 결정하는 2016년 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로리 맥길로이가 새로운 골프의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C’est la vie!(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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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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