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그의 심리상태는 정신분석 전문가들에게 두고두고 흥미로운 연구소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취임 후 공감과 소통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고집과 불통으로 일관해 온 대통령은 직무 정지 이후에도 여전히 세상과는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초기에는 대통령이 드러낸 문제점들을 개인의 자질과 소양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과 스캔들 속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이해불가’ 대통령을 ‘자질’이라는 평면적 잣대로만 들여다보는 것은 달랑 청진기 하나로 중병을 진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의심되는 정신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박근혜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박근혜의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바탕은 나르시시즘, 그것도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다. ‘자기애’로 흔히 번역되는 나르시시즘은 대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은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은 필수다.
문제는 정도다. ‘사회화’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균형을 이루면 바람직한 나르시시즘, 즉 건강한 자기애가 자리 잡지만 그런 균형이 깨지면 그것은 병적인 자기애가 돼 버린다.
이런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다른 이들에게 추앙받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가 두드러진다. 그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자기 자랑과 외모 가꾸기 등)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런 욕구는 열등감과 불안감의 또 다른 얼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힘을 쥐고 있다면 상대를 물리적으로 억압하고 누르려 든다.
동화 ‘백설 공주’ 속 계모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왕국을 지배했다. 모든 이들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왕비는 행복했고 거칠 것 없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한껏 꾸미고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쁜지를 물었다. 기대와 달리 “백설 공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화가 난 왕비는 백설 공주를 학대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왕비는 지독한 나르시시트의 전형이다.
권력자가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 있다는 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그런 권력자를 향한 일부 추종자들의 맹목적 애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그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애정이 정말 건강한 감정이 되려면 절제가 뒤따라야 한다. 질책과 훈육이 상실된 맹목적인 애정은 대상을 더욱 망가지게 만들뿐이다. 여전히 사랑은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깨우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결사적으로 옹호하면서 탄핵여론을 비난하는 태극기 집회 발언들을 보면 이런 분별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조건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고 피해자라는 주장만 난무한다. 애정의 대상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부정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가 있다고 여길 때 흔히 ‘자해’에 가까운 감정몰입으로 이어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디팩 맬호트라 교수가 ‘비합리적 몰입강화’라 이름붙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묻지마 지지층’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지만 이들의 맹목적 애정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방해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듯 여전히 엉뚱한 궤변만을 늘어놓고 있는 대통령을 보면 그 자신의 병적인 자기애와 추종자들의 맹목적 애정의 결합이 낳은 부작용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 열성적 지지자들, 이른바 ‘빠’로 불리는 팬덤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은 박근혜의 실패를 남의 얘기로만 여기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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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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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 인지 모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