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장미대선’이 열흘 남짓 남은 가운데 판세분석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인용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한마디로 들쑥날쑥이다. 조사별로 후보 지지율이 크게 다른데다 변동의 폭이 커서 여론을 정확히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간략히 요약해 본다면 각 당 경선 후 빠르게 형성됐던 양강구도가 흔들리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아무튼 10%대 지지율에서 맴돌던 후보가 30%까지 치솟으며 단숨에 유력주자로 올라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불과 10여일 사이에 일어난 변화이다. 이른바 ‘바람’으로 표현되는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정치판의 변동성을 보여준다.
널뛰기에 비유할만한 이 같은 정치적 변동성은 여론의 흐름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단 어떤 여론의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발표와 보도들이 나오면 갈 곳을 정하지 못한 표심, 즉 무당파 유권자들이 그런 여론을 중심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인다. 지지율 2위 후보의 약진 역시 그랬다.
문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다 보니 자연히 졸속과 부실이 뒤따른다. 또 바뀐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조사 방식들은 여론의 정확한 흐름을 읽기에 역부족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여론조사에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담으려는 불순한 시도다. 조사 방식의 소소한 차이로 응답자들의 답변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결과를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가 너무나도 제각각이었던 데는 이런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여론 마사지’의 유혹이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것은 한국 특유의 ‘쏠림현상’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사회는 일단 어떤 흐름이 형성되면 그것을 따라가려는 속성이 유독 강하다. 그 배경을 놓고 ‘유교적 가치와 근대성의 공존’ 등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쏠림현상이 유별난 것만은 사실이다.
정치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미국 외교관으로 한국에서 오래 근무했던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정치를 ‘소용돌이(vortex) 정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한 번 ‘바람’이 불었다 하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소용돌이처럼 집어 삼키는 한국정치의 특성을 빗댄 것이다.
헨더슨의 40여 년 전 관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인위적 바람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여론 마사지의 유혹이 강하게 고개를 들고, 선거 때만 되면 댓글부대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용돌이 정치’는 역동성이 넘친다. 단기간 내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의 진폭이 너무 커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다. 어렵사리 이끌어 낸 변화가 손바닥처럼 순식간에 뒤집혀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정당과 그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선택을 하는 정치문화가 약하다보니, 인물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표가 크게 움직인다.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낸 정당들을 보자. 5년 된 정당조차 없다. 대다수가 분열의 결과로 태어난 유아 혹은 신생아 정당들이다. 정당정치를 언급하기조차 민망하다.
투표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요동치는 막바지 판세가 어떻게 변할지 쉬 예단할 수는 없다. 한국정치에서 열흘은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장구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24일 바른정당이 반문연대를 위한 후보 단일화 논쟁을 촉발시키면서 대선판은 한층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
이처럼 2017년 장미대선에는 ‘바람몰이’ ‘여론 마사지의 유혹’ ‘이합집산’ 등 한국정치의 특징적 요소들이 두루 버무려져 있다. 이 소용돌이 정치드라마의 결말은 곧 드러나겠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선진적인 정치의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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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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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소용돌이 정치 네! 위정자들이 여 , 야 막론하고 그동안 보여준 막장 정치 신뢰하지 못하게끔 불신을 키워와서요. 지금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