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LA의 한인 리커업주와 흑인 고객 간 갈등이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소식은 반갑다. 사소한 시비가 자칫 인종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LA 총영사관과 LA 한인회 등이 신속하게 중재와 대응에 나선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사건은 업주와 고객 간에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마찰이었다. 고객은 만취했고, 만취한 상태의 손님에게 술을 팔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업주는 술 판매를 거부했다. 기분이 상한 고객이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과 어울려 업주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업주는 한인, 고객은 흑인 - 한인 리커업주에 대한 흑인 커뮤니티의 뿌리 깊은 반감을 자극할 수 있는 구도라는 점이 문제였다.
다음날인 4일부터 가게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흑인 시위대 20~30명이 ‘블랙 파워’ 구호를 외치며 다른 손님들 출입을 막고, 가게 문을 닫으라고 위협했다. 흑인동네에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한두번 경험했거나 경험할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응은 참고할 만하다.
업주가 도움을 요청하자 한인회와 LA 총영사관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7일 한인회는 흑인 커뮤니티의 구심점인 퍼스트 AME 교회 측과 접촉하고, 지역구 주하원의원실과 LA 시장실 등에 협력을 구하며 중재에 나섰고, 8일 이기철 총영사는 관할 경찰서를 방문, 위험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흑인 커뮤니티 대표들이 나서면서 대화의 창구가 열리고 갈등은 진정되었다.
사우스 LA는 4.29 폭동 진원지이다. 한인사회가 타 커뮤니티와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인종갈등 문제는 많이 줄었지만 ‘불씨’는 잠재해있다. 업주와 고객 간의 시비가 엉뚱하게 인종갈등으로 비화할 위험은 항상 있다. 모든 갈등해결의 지름길은 신속한 대응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대화를 시도하고 타협점을 모색함으로써 불씨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가래로 막을 수도 있었을 사건을 호미로 막았다는 점에서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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