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석 목사
한 마을의 작은 세탁소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불은 순식간에 세탁소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세탁소 주인은 그야말로 전 재산을 몽땅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화재 며칠 후 마을 벽보에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사과문’ 한 장이 나붙었다. 세탁소의 화재로 옷이 모두 타서 죄송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옷을 맡기신 분들은 변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종류와 수량을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과문이 붙은 후 며칠이 지나자 한 주민이 그 아래에 글을 하나 적어 놓았다. 자신은 양복 한 벌을 맡겼는데 변상을 요구하지 않겠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본 마을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도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 배상을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그 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이 계속되었는데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고객이 금일봉을 전해 주기도 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그리고 얼마 후 마을 벽보에는 또 한 장의 공고가 나붙었는데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드리는 ‘감사문’이었다.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동안 세탁소를 운영해 오면서 어렵게 삶을 일궈왔는데 화재로 인해서 한순간에 모두 잃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에 힘입어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세탁소 주인은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고객들에게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되었다. 그는 사과문을 감사문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해준 사람들에게 충심으로 감사를 표하기 원했던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세탁소 주인처럼 생각지도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이 당하는 어려움만 생각하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 코가 석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까지도 소홀히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당장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삶이 힘들수록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노력을 다한다면 그들을 통해서라도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이 작은 변화가 폭풍우처럼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세탁소를 향한 한 주민들의 배려가 세탁소 주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작게는 이웃을 세워주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소망도 나비효과처럼 계속적인 날갯짓을 통해서 커다란 변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움츠려들기보다는 이러한 가운데서도 소생할 수 있도록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감사의 계절에 작은 날갯짓인 ‘사과문’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이러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감사문’을 작성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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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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